광주 폭염 단기적 대응 위주… 도시계획 새판 짜야
■'폭염도시 광주' 대책없나 ||고층아파트 바람길 막아 '열돔'심화 ||광주 폭염대책 대부분 취약성 개선 ||'바람길 숲 사업' 등 장기대책 절실 ||녹화사업 집중 대구 폭염대책 '눈길'||||
2021년 07월 26일(월) 17:17
광주시가 도심 폭염 대책으로 살수차량을 동원해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광주 도심 '열섬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 도심 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내뿜는 복사열이 도심을 달구고 있는데다, 고층 아파트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으로 바람길이 막히면서 '열돔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단기적 대응책도 필요하지만, 도심의 녹지를 늘려 열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장기적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체계적인 도시계획하에 판을 새로 짜야하고, 도시녹지총량제 도입 등 도시가 장기적으로 시원해지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광주 폭염 취약성 개선 사업 위주

현재 광주시의 폭염 대책 대부분은 취약성 개선 사업 위주로 구성돼있다.

폭염대응팀 가동과 무더위 쉼터 확장과 재난 도우미 취약계층 방문, 그늘막 쉼터, 살수차 운영, 소방구급차 비상대기 등의 대책이다.

최근 경로당, 동 행복복지센터 등 1500여곳에 무더위 쉼터를 설치하고 냉방비 3억원을 지원했다.

교차로, 횡단보도 등 도로변에 파라솔 형태의 그늘막 28곳을 추가해 모두 424곳을 운영한다. 도로에서는 살수차 28대가 50개 노선을 돌며 물을 뿌리고 폭염이 심해지면 군, 소방서 지원도 받을 계획이다.

이러한 폭염 대책은 더위를 잠시나마 식힐 수 있어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시적 대책에 불과해 항구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수년 전 부터 적극적 폭염대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심 온도를 '1도'라도 낮추기 위한 단기대책에서부터, 폭염 종합안전센터 건립, 도시바람길 숲 조성사업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2019년 대구시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조례'를 제정하고, 폭염 관련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폭염 종합안전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광주시도 최근 들어 도시열섬 완화를 위해 '도시 바람길 숲'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산림청에서 미세먼지 저감과 도시열섬 완화를 위해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화사업이다.

시는 내년까지 2년간 국·시비 등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바람길 숲을 조성, 도시 외곽 산림에서 불어오는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 '바람길' 막혀… 콘크리트·아스팔트 녹지로 전환해야

광주지역의 고온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이유로는 무계획적인 도시화가 꼽히고 있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광주 도심에 고층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콘크리트가 열이 달궈진 상태에서 바람길이 막혀 지표면의 복사열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는 도심 내 공기 순환이 전혀 없어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돔 지붕 역할을 하는 '열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봉 전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광주천과 무등산에서 발생하는 바람의 이동이 천변에 들어선 아파트 등에 의해 막히고 있다"며 "무등산의 바람을 도심까지 전달해 열섬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복사열을 내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녹지로 전환하는 게 근본 대책이라고 했다.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는 "도심에서 그늘이 생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산업지대 부근에 녹화사업을 통해 영산강 등 수계 기온을 낮춰 바람길을 도심로 내부 잘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도시 중앙 분리대에 녹지를 조성해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체계적인 도시계획하에 판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석봉 전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열돔 현상은 대형도시에선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10, 20년 단위 계획을 세워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도 "열돔 현상은 도시계획 쪽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며 폭염은 인명피해에 관련된 것이라 필요하긴 하지만, 장기적 계획을 미리 짜놓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고층아파트 경관 심의를 받을 때, 환경 분야를 좀 더 철저히 검증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