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19일(월) 16:47 |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이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농사부터 가공, 카페, 체험까지 6차산업을 아우르며 연일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청년이 있다. 영광군 군서면에서 배 과수원과 착즙 공장, 카페를 운영하는 아름답게그린배 영농조합법인의 김영순(40) 대표다.
● 친환경·온라인 겨냥 6차산업 급성장
김 대표는 영광과 나주에 1만5000여 평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부친 밑에서 어릴 적부터 농부의 꿈을 키워왔다. 전남대학교에서 원예학 석사과정을 밟은 김 대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단순한 원물 재배·판매에서 벗어나 6차산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지난 2014년 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꼬샤꼬샤'와 '브롤로'라는 자체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꼬샤꼬샤는 김 대표가 '아이들도 꼬시고 부모들도 꼬신다'는 재미있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아이들 입맛을 겨냥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 주스로 도라지배즙, 홍삼배즙, 야채주스 등이 있다. 브롤로는 이탈리아어로 '과수원'을 뜻한다. 주로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많이 속해 있으며 양배추즙, 사과즙, 호박즙 등이 주력 상품이다.
처음에는 동네 건강원보다도 작은 규모였지만 저탄소 인증을 받은 과수원에서 직접 생산한 질 좋은 배로 만든 배즙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물 한 방울 섞지 않고 착즙 방식으로 만든 100% 원액 주스인 점 역시 강점이다. 그 결과 2019년 7억7000만원에 이어 지난해 10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연일 성장하고 있다.
일찍이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것도 성장의 발판이 됐다. 유통하는데 드는 부대비용 감당이 힘들뿐더러 대기업 제품이 즐비한 오프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과감히 오프라인 판매를 축소하고 온라인에 힘을 쏟은 김 대표의 결단으로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고 있다.
테라스에서 바로 앞에 펼쳐진 과수원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카페, 밭뷰'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달콤 상큼한 주력 메뉴 배 요거트 스무디는 여성과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꽃이 만개하는 3~4월이면 카페 앞 도로가 차량과 인파로 꽉 막힐 정도다.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방은 김 대표의 부인인 정혜미씨가 맡고 있다. 아로마테라피 자격을 취득한 정씨는 캔들, 비누, 입욕제 등 1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원데이클래스부터 취미반, 자격증반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김 대표는 "하반기에는 샌드위치 등 도시락 사업에도 진출하려고 한다"면서 "홈쇼핑과 해외 수출 등을 꾸준히 진행해 더 많은 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 청년농업 선도·지역상생 견인하고파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김 대표가 꿈꾸는 목표의 전부는 아니다.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고 더불어 사는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진정한 ESG를 실천하려고 한다.
그에 대한 노력으로 김 대표는 2018년 농식품부 선정 신지식농업인에 영광군 최초로 선정됐으며 '2019 농업과 기업 간 상생협력 경진대회'에서는 굴지의 대기업들 속에서 농식품부 장관상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0년도 전라남도 으뜸 청년농업인' 선발에서는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김 대표가 꼽은 가장 큰 성과는 지난달 전남도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것. 김 대표가 다음으로 달성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 역시 사회적기업 지정이다.
김 대표는 "시골에서는 60세까지도 청년이라고 할 만큼 고령화와 인구 소멸이 심각하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는 한편 청년농업인들이 꿈을 펼치고 전남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농업인 교육과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호남원예고등학교를 비롯해 전남대학교, 목포대학교에 강사로 출강하며 농업과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김 대표는 "대학생들은 농업에 대해 저마다 구상하는 목표가 있는 편이지만 고등학생들은 막연히 농사가 가업이니까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갈수록 여건이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농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시골을 사랑하는 많은 청년들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