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명도> 아열대작물 재배·연구의 최적지, 전라남도
손명도 전남도 농업정책과장
2021년 03월 29일(월) 17:50
손명도 전남도 농업정책과장
바나나는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열대과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의 바나나 재배 가능 지역이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바나나의 재배 가능 지역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에서도 바나나 재배에 성공해 첫 수확을 거둔 바 있다. 이는 한반도 아열대화에 대한 대비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아열대기후란 주로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10℃ 이상인 기후를 말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일 년 중 월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최한월 평균기온이 5.1℃ 이상 18℃ 미만인 기후를 아열대기후로 정의하고 있다.

아열대작물은 이러한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채소와 과수를 의미한다.

국내 아열대작물 소비시장은 수입량 증가와 맞물려 과일 수입액도 2010년 2,100억원에서 2018년 1조 5,635억으로 7.5배 증가했다.

기상청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80년에는 남한의 대부분이 아열대기후권으로 변화되고 농경지의 62.3%가 아열대기후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아열대기후에 맞는 재배 적지를 찾아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영농패러다임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전라남도는 아열대작물을 연구하고 재배하기 위한 최적지이다. 한반도 아열대화의 시작점이자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의 특성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기후변화의 경계에 있어 한반도 미래기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하고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적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전라남도의 겨울 평균기온은 4.8℃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겨울철에 난방장치를 상당 기간 가동하지 않아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상의 향후 60년간(2021~2080년) 평균기온도 전국 평균인 14.8℃보다 높은 15.1℃로 전망되었으며, 전라북도(13.7℃), 경상남도(14.6℃), 경상북도(13.2℃) 등에 비해서도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남 도내에서는 이미 애플망고, 구아바, 파파야, 레드향 등의 아열대작물 재배가 활발하다. 재배면적도 74.6ha (28.7%)로 전국에서 가장 넓어 아열대작물에서도 대한민국 농업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아열대작물의 재배뿐만 아니라 실증·연구,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농업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의 최적지로서 전라남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준다.

전라남도는 지난 2018년 민선 7기 김영록 도지사의 선거 공약으로 '기후변화 대응 농업연구단지 조성'을 전국 최초로 제시하였다.

도 자체 용역을 거쳐 농식품부에 단지 설립의 필요성을 건의했고, 농식품부에서도 전라남도 제안의 타당성을 인정하여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 첫 번째 단추로 지난해 6월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 사업 대상지에 장성군이 선정되어 전라남도는 아열대작물 육성사업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는 국가 차원의 아열대작물 실증연구 컨트롤타워로서, 구축이 완료되는 2022년부터는 우리나라 기후 실정에 적합한 아열대작물을 육성하고 연구하는 데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전라남도는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연구·대응하기 위한 '농업분야 기후변화대응센터'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시설이 유치되면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 연구개발 기술의 실용화와 산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실증·보급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국내 농업 분야 기후변화에 종합적인 대응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열대작물 육성은 기후변화 대응과 농가소득 안정화, 수입과일 대체를 통한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아열대작물 재배의 최적지인 전라남도의 입지조건을 활용하여 이러한 기회에 대비한다면 앞으로 맞닥뜨릴 영농환경 변화도 더 이상 위기가 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과 아열대작물 연구의 시작, 지금이 바로 적기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