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치약·고급식품…'소금의 무한변신'은 무죄
청년농부가 미래다=신안 임자도 박성대(43) 신안솔트 이사||중기 한계 극복 5개제펌 '수출길'||토판염 등 친환경 재료사용 호평||소금이 싸다는 인식 개선에 앞장
2021년 03월 29일(월) 16:13 |
![]() 신안솔트 박성대 이사가 친환경 천일염을 재료로한 화장품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신안 임자에서 '소금의 무한 변신'을 꾀한 신안솔트 박성대(43) 이사의 각오다. 현재 신안솔트는 '소금이 싸다'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소금 식품에 머물던 가공사업을 화장품 등 고급화 가공 전략으로 천일염 수출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천일염 고급화 전략…해외 주목
박성대 신안솔트 이사가 천일염 사업에 뛰어든 건 8년 전쯤이다. 박 이사는 "신안 임자에서 염전을 했던 매형이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로 시작했다"면서 "이전에 서울, 진주 등 전국 곳곳에 안 해본 거 없이 일을 하다 사실상 천일염을 종착점으로 삼았다"라고 회상했다.
영농법인 신안솔트는 지난 2011년 소금 식품 가공으로 시작했다. 신안군 보조사업으로 설립된 신안솔트는 '비 온 뒤 첫 소금'이라는 브랜드로 꽃소금, 구운 소금 등 10여 개의 식품을 개발, 판매했다. 매년 풀무원 올가 등에 납품하고 있다. 솔트는 연간 1920톤을 생산, 가공, 판매를 하고 있는 소금 식품 전문기업이다.
하지만 한계가 컸다. 박 이사는 "제가 참여 전에는 가족경영 형태로 했다. 단순 가공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특히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이 힘들고, 값싸다는 이미지 탓에 한계에 있다는 판단이 컸다"라고 봤다.
박 이사가 천일염 시작과 함께 '가공'사업을 목표로 삼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소금으로 만든 화장품과 치약, 스크럽, 가글 등 10가지 제품을 내놨다.
그는 "첫걸음부터 과감한 도전이었다. 10개 제품을 내놨지만 막막했다. 소기업이다 보니 홍보도 쉽지 않고 기존 시장 진출도 어려웠다"라고 기억을 끄집어 냈다. 이어 "대기업 이주의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에 직면하면서 10개 제품 중 구조조정을 통해 5개 시그니처 제품으로 축소했다"라고 했다.
친환경 천일염을 원재료로 한 가공 제품 개발 노력은 장벽 높은 국내·외 시장에서 점차 먹혀들기 시작했다. 그는 "신안솔트 천일염은 친환경적인 소금을 주재료 사용한다. 주력 제품인 치약의 경우 장판, 타일 소금이 아닌 뻘을 다진 토판에서 생산된 소금을 활용한다. 친환경이면서 미네랄이 풍부해 큰 인기다"면서 "국내에선 신세계백화점에 직접 납품하고 있다"라고 자부했다.
해외시장에서는 더 인기다. 그는 "신안솔트와 함께 수출기업인 '비온뒤 컴퍼니'를 설립, 수출기업인 코젯을 통해 5개 제품을 중동과 미국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 첫 수출길에 올랐던 제품은 5만 개에서 현재 25만 개로 수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박 이사는 "국가별로 인기 제품이 다르다. 먼지가 많고 건조한 중동에서는 스크럽이 큰 인기이다"면서 "피부에 민감한 외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토판염 치약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수출은 동남아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동남아 수출을 위해 올리브 영과 계약을 진행 중이다"면서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소금 분야 매출이 올해는 3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향서 정착 "삶의 만족도 최고"
박 이사는 천일염을 통해 고향인 신안에서 정착을 이뤘다. 그는 "매형의 권유에 망설임은 없었다. 도시가 아닌 농촌에선 꿈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 만족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내도 시골에서 만났고, 3자녀를 키우면서도 부족하지 않게 잘 생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 임자 대교 개통으로 섬 생활의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그는 "임자 대교 개통으로 물류의 획기적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도서지역은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물류비용뿐 아니라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문제가 크게 해소됐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임자 대교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임자농협의 로컬푸드 매장이 완공되면 신안솔트 제품을 진열, 판매할 계획이다"면서 "관광객들이 임자를 찾으면 지역 특산품을 구매해 줬으면 한다. 신안 임자는 천일염뿐 아니라 품질 좋은 특산품이 많다.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도 내비쳤다.
끝으로 그는 "요즘 많은 청년 농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시작할 때 조바심보다는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넓게 보면 좋겠다. 특히 섣부른 도전보다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참고 노력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