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 날 숫자로 본 광주 수돗물 사용 실태
2021년 03월 28일(일) 15:56 |
![]() 이기수 사진 |
실제 수도 꼭지를 30초 동안 틀어놓은 상태로 손을 씻을 경우 대략 4리터정도 물을 사용한다.10분 샤워에는 80리터 물이 소비되는 셈이다. 세수와 머리감기, 양치질 ,밥과 반찬 조리와 세탁 ,식수 (별도 생수 구입), 집안 청소에 사용되는 물을 감안하면 분명 만만찮은 양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무엇보다 수돗물값이 너무 싸기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현재 광주 수돗물요금은 1㎥(1000ℓ)당 평균 660원꼴이다. 물론 수도 요금은 사용량과 용도별(가정용, 일반용, 산업용 등 )로 각각 다르다. 마트에서 사먹는 2리터짜리 생수 가격이 대략 1000원 정도이니 , 물의 품질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물 1ℓ값을 비교하면 수돗물이 생수보다 700배가량 싼편이다. 노인 부부 가정의 한 달 수도요금이 평균 8000원 정도이고, 이는 브랜드 커피 전문점 커피 두 잔값이니 쉽게 체감할수 있는 일이다.그래서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을 두고 물쓰듯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물(수돗물)을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물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잘 모른다.가끔 수돗물에서 녹물이나 이물질이 나올 경우 기겁을 하면서 관심을 갖는다.작년 5월과 6월 두 차례 수돗물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을 살펴보면 한 건은 배수지 근무 직원의 밸브 조작에 따른 유량 변동으로 수도관내 이물질이 발생한 사례였다. 다른 한 건은 정체수를 빼내는 작업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실수로 저수조 밸브를 열어놓은 때문으로 밝혀졌다.
무사고(無事故)이면 최상이나 물 공급 체계를 살펴보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시상수도사업본부는 취수원에서부터 각 가정까지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땅속에 설치된 연장 4000km에 달하는 상수도관과 4만개의 밸브를 관리한다. 관의 명칭도 다르다. 취수원에서 정수장까지는 도수관이고, 정수장에서 배수지까지는 송수관이라 한다. 배수지에서 각 가정까지는 급수관이라 부른다. 어느 한 구간의 관과 밸브 작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다.현재 수도물 사고의 주범은 노후관이 지목되고 있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수도 공급도 크게 확장됐다. 이 시기 집중 매설된 수도관이 2049km에 달한다.최근 몇 년새 흐린물 출수사고가 예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올 4월부터 1순환도로 주변 600~800mm 노후관 16km를 교체·갱생할 계획이다. 이 구간 상수도관은 1984년 매설돼 노후화가 심각해 구도심에서 발생하는 수돗물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어서다 . 노후관 교체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데다 굴착으로 인한 시민 불편도 큰 만큼 상수도사업본부는 80mm 이상의 상수도관 2520km를 5000개 구간으로 나누어 세관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마저도 현재의 세척방식대로라면 30년 가까이 소요될 예정이라한다. 이 교체 및 세척 과정에서 잦은 단수와 수돗물 사고에 대해 시민들의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상수도본부는 연간 1400억~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47만 시민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불철주야· 24시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도 요금 낸다고 수돗물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이미 유엔은 식수 부족을 우려하면서 물 낭비를 줄이자고 경고한 지 30년 가까이 됐다.
유엔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1992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을 지정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매년 유엔에서는 '세계 물의 날' 주제를 제안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물의 가치화(Valuing water)'로 정했다. 인간 생존 필수요소인 물이 이제는 부족해졌으니 우리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환경부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1리터의 물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챌린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한번 참여해보는 것도 물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보 고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꼭지를 틀어놓은채 샤워나 양치질을 삼가는 것도 물을 '찐생명수'로 여기게 되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싶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