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문화담론·김꽃비> "아름다운 당신 잃고 싶지 않아요"
김꽃비 (사)청년문화허브 운영위원·쥬스컴퍼니 팀장
2020년 11월 05일(목) 13:38
김꽃비 쥬스컴퍼니 메니저
누군가에 가슴 벅찬 하루가 누군가에겐 견디기가 벅찬 하루라는 게 슬프고 아프다. 얼마 전 친구가 '잔인한 2020년'이라고 했다. 길고 긴 터널을 걷고 있는 듯한 올 한 해다.

잠깐일 줄 알았던 수많은 '기다림'과 '멈춤'이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생각보다 사회 깊숙이 스며들었다.

모든 세대가 다 힘든 한 해지만 청년들에겐 특히 더 힘든 한 해다. 차근차근 준비했던 많은 것들이 기약없는 기다림으로 바뀌었고 다음 계획은 그 무엇도 세울 수조차 없었다. 미래를 준비하며 쌓아가야 할 청년들에게는 불안을 넘어 공포가 됐다. 빛이 없는 긴긴 터널을 걸어가는 것만 같다.

한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몹시 아픈 이야기지만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대~30대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이 고의적 자해였으며 그중 20대 비율이 무려 51%가 넘는다. 저성장시대에 사회적·경제적 압박을 동시에 느끼는 청년들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큰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가져올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한 '심리적 방역' 이나 '마음돌봄'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사회적고립이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들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되는 사람이라면 더 가까이 주변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는 것, 절망에 빠진 사람을 방관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보는 것, 자기 스스로를 절망에 빠뜨리고 모른 척하지 않는 것. 당신이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푸름을 간직한 단어 청년(青年), 유래없는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는 한해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당신들이기에 조금 더 힘을 내보자. 긴긴 터널 외롭고 힘들더라도 함께 나아가다보면 서로의 온기가 작은 빛만큼은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의 존재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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