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을 끌어내도록 돕는 게 교육"
●이창균 나주 영산고 교장 인터뷰||40여년 교직생활로 '인성 교육' 중요성 얻어||맞춤형 교육과정 설계… 차별화·경쟁력 꾀해||철학·물적 지원으로 3년내 명문고 도약 목표
2020년 10월 13일(화) 14:18
이창균 나주 영산고 교장
"100(이성, 성적)도 중요하지만, 36.5(감성, 인성)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 3월1일자로 나주 영산고에 부임한 이창균 교장의 교육철학은 확고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 못지않게 인성이 갖춰진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직에 몸 담은 지 40여 년, 교장만 올해로 18년째 역임해 온 그는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신안 도초고등학교 교장 시절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이른바 '염전 교육'을 펼쳤다. 학생들은 소금이 어떤 결정체로 이뤄졌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를 탐구했다. 전남대학교 실험실의 도움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학생들 상당수가 통계학과로 진학하는 등 입시 성과도 컸다.

그가 제시한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은 교육부의 인정을 받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나주에서만 할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민 중이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처럼, 내 고장을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해당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천년고도 나주에서도 교육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나주만의 특산물은 물론 역사적 인물 탐구를 통해 나주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현재 영산고에서 개인 맞춤형 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해 키우는 것이라는 그만의 신념을 학습법에 담아낸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심리검사, 진로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했습니다. 또 모둠활동 위주의 수업으로 본인 역량에 맞는 역할을 분담, 최대한 빨리 자신의 달란트(재능)를 발견하고 발휘하게끔 돕고 있습니다."

이 교장의 맞춤형 교육철학은 현 입시에도 정확히 적용됐다. 맞춤형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다른 수험생과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병원 봉사 대신 헌혈을 강조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본인 피를 나눈 경험이 없는 학생이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봉사활동 하나에도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장은 또 학교 선생님들과의 소통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별도로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회의 중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10분 토막 연수'를 자주 진행하기도 했다.

"교장은 학교 교(校)자를 쓰지만, 교사는 가르칠 교(敎)를 사용합니다. 임무가 다르다는 거죠. 경험치의 차이로 교장은 가르칠 교자를 알지만, 교사는 학교 교자를 잘 모릅니다. 결국 교장이 나서 교사들과 교감하는 게 중요합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는 이사장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상원 이사장은 매년 현금 6억원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하는 것은 물론, 상위권 대학 진학시 상당한 금액의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현재는 2022학년도 기숙형 고등학교 전환을 목표로 학교 후문 옆 부지를 본인 사비로 매입, 24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2개동을 짓고 있다.

또 영산고의 모델인 영국 이튼스쿨로 매년 20~30명의 학생들을 어학연수 보내기도 하는 등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 교장은 영산고를 3년 내 전남 최고의 명문고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내비쳤다.

"1990년대 대입에서 두각을 보이던 영산포상고는 종합고와 일반계고 전환을 거치면서 빠르게 변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이사장님의 전폭적인 투자와 신규 교사 채용, 학생 맞춤형 진로 중심 교육과정 개편 등으로 분위기가 많이 변했습니다. 현대 교육은 현 위치에서 창의력 발휘해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입시도 전남만의, 그리고 나주 영산고만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좋은 결과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