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또 연기' 코로나19에 결혼 앞둔 예비부부들 '울상'
"가족만 합쳐도 50명 넘는데…" 울며 겨자먹기 결혼식 줄연기||위약금 고스란히 예비부부 몫 …"50인 제한 규정 형평성 갖춰야"
2020년 07월 26일(일) 16:43 |
![]() 최근 광주 서구의 한 예식장 식당에서 하객들이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예식장은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로 200석 규모의 웨딩홀 좌석을 49석으로 축소 했다. 나건호 기자 |
현재 광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이다. 2단계 방역지침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는 금지된다. 결혼식, 장례식 등에도 예외없이 적용 중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벌써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다.
지난 15일 종료예정이었던 거리두기 2단계 조치는 29일로 이미 한차례 연기됐고, 상황에 따라 더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부부들은 좀처럼 예식일을 잡지 못한 채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 두번재 결혼 연기
광주에 사는 A씨. 그는 26일로 예정된 결혼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때문이다. 벌써 두번째 결혼식 연기다. 그의 애초 결혼식은 3월 중순이었다.
A씨는 "이미 한차례 결혼식을 연기했던 탓에 예식장에 고스란히 위약금을 물어줄 수 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도 결혼식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준비해왔던 모든 일정들이 물거품이 돼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미 지인들에게 청첩장까지 다 돌렸지만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도 다 잡아놓은 예약을 바꾸기 쉽지 않은데다 아무리 작은 장소라도 예식장 보증인원이 최소 100여명 이상은 되다보니 마음대로 축소하기도 어렵다"며 "위약금을 감수하서라고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내년에도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지 모르니 암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결혼준비모임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고민글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결혼준비모임 회원은 "결혼 준비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한 시점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결국 결혼식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며 "결혼이 이렇게나 힘든 건줄 몰랐다"며 하소연했다.
스몰웨딩이라도 준비하려는 다른 회원 역시 "50인 이하 보증인원이 가능한 웨딩홀이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아무리 작은 웨딩홀이라도 보증인원이 100명 이하인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대책필요"…청와대 민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로 인한 광주지역 예식장 보증인원 위약금 무효로 해달라'는 한 청원자는 "결혼식 계약과 관련해 수백 명의 보증 인원, 위약금 등의 비용을 개개인이 다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걸 떠안고 취소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광주시에 문의하면 '잘 모르겠다.', '예식장과 잘 조율해보시라.'라는 답변뿐이다"고 했다.
다른 청원인 역시 "결혼식장 사회적 거리두기2단계, 3단계에 대한 대책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성토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상할 수 없는 시점이고 장기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예식을 더이상 미룰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신부, 신랑측 가족이랑 친척들만 합쳐도 50명 넘는 게 다반사인데다 49명 하객만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최소 보증인원이 200명이기 때문에 나머지 150명에 대한 식대비용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한 예식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예식장 예약건수가 평소대비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며 "신규로 들어오는 예약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고 3월달에 한 차례 연기된 예약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는 전했다.
관계자는 "양가 부모와 예식장 직원만 합쳐도 최소 15명가량 되기 때문에 실제 예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하객은 30여명 남짓"이라며 "대부분 하객은 예식장에 입장도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사진촬영시간에만 돌아가며 입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홀이 100석이든 500석이든 모든 식장을 일괄적으로 50인 미만으로 못 박은 탓에 6인석 테이블에 1명씩 앉아 결혼식이 열리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홀 크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조치를 보다 세분화한다면 예비부부들과 예식업계의 고충을 한층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