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18>고려인 할머니
2020년 07월 23일(목) 11:20
고려인 할머니






중앙아시아에는 스탈린 시절에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해간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일명 '고려인'이라 부른다. 이주 초창기에 있었던 그들의 한(恨)맺힌 삶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이제 꽤 많은 세월이 흘러서 그들도 현지 생활에 적응하면서 기반을 다져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막과 초원, 그리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맥이 어우러져 있는 키르기즈스탄에도 고려인들이 몇 군데 흩어져 살고 있다. 그 중에 '까라발타'의 변두리에 있는 한 고려인 집에 들렸다. 할머니와 아들, 손녀가 반갑게 맞이해 준 이 집은 텃밭이 있는 우리 시골집 형태와 흡사했지만, 내부에서는 카펫트를 비롯한 집안 가구들과 구조가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조금씩은 알아듣기는 해도 할머니 외에는 한국말도 잘 통하지 않아서인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자란 손녀의 모습에서 우리민족의 채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대할 수 있는 모습에 동질의 유전자를 지녔을 그 할머니는 분명 우리 이웃집 어딘가에 살고 있어야 할 분인데, 이국 멀리 너무도 많이 다른 환경 속에 고향의 뿌리를 내리고 태연스럽게 생활해 오고 있다는 것에서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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