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10년 뒤"…'일식 구경' 나온 시민들
국립광주과학관 ‘부분일식’ 무료 관측 행사 진행 ||8년만의 최대 부분일식… 다음 일식은 2030년
2020년 06월 21일(일) 19:08
21일 해의 일부분이 가려지는 부분일식이 관측(왼쪽부터 3시 57분, 4시 30분, 최대식분 55%인 5시 2분, 5시 30분)되고 있는 가운데 가족단위 시민들이 국립광주과학관에서 특수 안경을 이용해 부분일식을 관측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우와, 빨간 동그라미 아랫 부분이 잘려 있어요." "그걸 일식이라고 불러. 달이 태양 일부를 가리고 있는 현상이지."

 커다란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댄 아이가 소리치자 옆에 있던 아버지가 차분히 설명했다.

 21일 오후 4시께 광주 북구 국립광주과학관 별빛누리관 앞 광장은 모처럼의 '일식 현상'을 보러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700여 명의 관람객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체크를 마친 뒤, 10여 명씩 그룹을 지어 일식 관련 영상을 봤다. 이후엔 차례로 태양 관측 전용 망원경으로 광주 하늘에서 펼쳐진 일식을 관측했다.

 ● 8년만에 찾아온 '부분일식'

 일식은 해가 가려지는 정도를 기준으로 부분일식, 개기일식, 금환일식으로 구분된다.

 부분일식은 말 그대로 해의 일부가 달에 가려지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을 가리지만 지구와 달 사이 각도가 맞지 않아 지구에서는 태양이 일부 가려진 모습을 보게 된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 때 달이 태양 전체를 가리는 현상을, 금환일식은 해가 전부 가려지지 않고 테두리만 남아 금반지(金環)처럼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1일 오후 대한민국 전역에서 태양의 절반 가량이 가려지는 부분일식이 관측됐다. 서울 기준 오후 3시53분에 시작해 오후 6시4분께 종료된 이번 부분일식은 2012년 5월21일 태양의 80%가 가려졌던 부분일식 이후 8년 만의 최대 일식이다. 서아프리카 중부, 동유럽,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금환일식으로 관측된다.

 이날 지역별로 태양이 가려지는 면적은 달랐다. 지구가 자전할 때의 위치와 달이 공전할 때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태양 면적의 57.4% 가량, 서울에서는 태양 면적의 45%가 가려진 상태를 볼 수 있었다. 광주에서는 오후 5시2분께 태양 면적의 52%가 가려졌다.

 윤요셉 광주과학관 연구원은 "지난해 말에도 개기일식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때보다 가려지는 정도가 크다"면서 "작년 말에는 비가 내려 (일식 관측행사를) 진행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부분일식은 2030년 6월1일로 예상된다. 사실상 2020년대 마지막 부분일식 관측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늘 일식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소중한 기회" 관람객 몰려

 전문가들은 부분일식을 관측할 때 절대 맨눈으로 태양을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적절한 보호 장비나 도구 없이 부분일식을 관측하면 눈에 손상을 입거나 심한 경우 실명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립광주과학관도 태양 필터가 장착된 망원경과 솔라 뷰어(solar viewer)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 역시 3분 이상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에 위험해 전문가들의 안내가 필요했다.

 광주과학관 측은 태양의 빛을 차단해 표면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2대, 태양의 대기만 관찰 가능한 망원경 2대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망원경을 통해 태양을 관찰했다. 천체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며 일식을 살피던 이들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현상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연신 감탄했다.

 가족과 함께 일식을 보러 온 임서준(12)군은 "과학을 제일 좋아하는데, 전문가용 망원경으로 태양 표면을 들여다 봤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마음 편히 놀러다니지 못했던 어른들 역시 유익한 경험이라는 입장이다.

 수완지구에서 온 임희정(47)씨는 "요근래 주말마다 집에만 있었다"면서 "오늘이 아니면 일식을 10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가족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부분일식은 각 지역 과학관과 천문대 등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국립광주과학관에서 진행된 일식 관측 행사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유튜브로도 온라인 생중계 됐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