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출입요?…아직 낯설고 사용법도 어려워요"
전자출입명부 도입 첫날 가보니||안내 안 된 탓에 광주는 'QR코드' 사용 전무||유흥업소, "사용법 몰라" 여전히 '수기 명부' 작성||뉴스 통해 시민 인식률은 높았지만 실효성은 의문
2020년 06월 11일(목) 16:54 |
![]() 지난 10일 오후11시께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인근 한 유흥업소가 손님들에게 수기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
제도 시행 첫날인 10일 밤 상무지구 한 노래연습장. QR코드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여전히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QR 코드로 전자출입명부가 작성되고 있냐"는 질문에 노래방 업주는 "QR코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발열 체크 뒤 온도, 이름, 휴대폰 번호 등을 수기로 명부에 작성하고 있다"며 "얼마전 발송된 재난 지원문자가 QR코드 관련 내용이였던 것 같지만, 사용법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님들 역시 QR코드를 불편해 했다.
노래연습장을 찾은 김대룡(65)씨는 "QR코드를 아시냐?"는 질문에 "노래방에 가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돼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런거 모른다"며 "그냥 종이에 쓰게 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노래방 업주는 "뉴스를 보고 알고는 있지만 사용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나이를 든 손님들에게 QR코드를 요구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며 "혹여 오는 손님들이 QR코드를 요구하면 다른 가게로 가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근 유흥업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 유흥업소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준비해 놨지만, 대부분 수기 작성으로 손님을 받고 있었다.
QR코드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지 않은 데다, 늦은 시각 찾아오는 고객들은 취기가 오른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일이 절차를 설명하기가 어려워 QR코드 사용을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업원 김세훈(24)씨는 "손님들이 대부분 모르고 찾아오기 때문에 안내하는데 2~3분 소요 됐다"며 "그 사이 다른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면 발열체크와 QR코드 인증을 하는 손님들로 입구가 혼잡해진다. 손님들도 QR코드 보다 수기 작성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종업원 박승훈(27)씨는 "40, 50대 이상 분들에게 QR코드를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라거나 '술 취해 정신없는데 귀찮게 한다'며 다른 가게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인근의 '콜라텍' 등 또다른 유흥업소는 아예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사용하지 않기도 했다.
이날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뉴스 등을 통해 QR코드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사용 설명에 대해 안내는 없었다"며 "또 수기 작성을 고집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QR코드가 이용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유흥업소가 아닌 피트니스 센터 등에서도 QR코드는 '불편한 시스템'이었다.
이날 찾은 상무지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
입구에선 트레이너가 QR코드 화면이 띄워진 태블릿PC를 손님들에게 내밀었다. 피트니스 센터를 찾은 손님 대부분은 "여기서도 이걸 하나요?"라며, 휴대전화를 꺼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인증 절차를 밟아갔다.
일부 손님들은 앱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아이디·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이를 해결하느라 입장까지 10여분이 걸리기도 했다.
아예 QR코드 인증을 포기하고 기존 방식대로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피트니스 센터 관계자는 "얼마전 다중 이용시설 장기 휴업이 풀리면서 더이상 휴업은 안된다는 판단하에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검색해 사용법 등을 알게 돼 첫날 도입할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시스템 도입 후 오늘 40명 정도의 고객이 출입했는데 고령의 회원을 포함해 5명 정도가 어려움을 느껴 수기로 연락처와 입실 시간을 적도록 했다"라며 "지금은 불편하지만 스마트폰이 익숙한 젊은 고객들은 금방 적응할 것 같다"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10일 세부지침이 발표됨과 동시에 지자체도 중대본 교육을 통해 사용방법 등을 배웠고, 공무원과 소비자 감시원 30명을 뽑아 현장설치반을 만들었다"며 "설명회를 거쳐 오늘부터 직접 유흥업소 등을 다니며 홍보 포스터를 발부하고 현장에서 사업자의 휴대폰에 직접 앱 설치를 진행해 QR코드 제도를 안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주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이달 말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현장 단속은 하되 처벌은 하지 않고 있다. 계도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광주지역 고위험시설은 유흥주점 688곳, 단란주점 455곳, 감성주점 2곳, 헌팅포차 22곳, 콜라텍 10곳, 노래연습장 1117곳, 에어로빅이나 줌바댄스 등을 하는 실내 집단 운동시설 100여 곳 등이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