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슈퍼·심다책방·청춘창고…순천 역전길은 변화중"
공정무역·공익성 앞세워 로컬브랜드 우뚝||지역정체성 담아내 지역민과 상생도 꿈꿔
2020년 05월 21일(목) 18:23

순천 역세길에 위치한 잡화점, '유익한 상점'.

잡화점, '유익한 상점'에서는 공익성을 뛴 상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순천시는 청춘창고를 통해 청년 창업입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순천의 대표 독립 서점, 책방 심다.

옛날 슈퍼를 리모델링한 밀림슈퍼, 레트로 감성 유행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다.

 역전길 마스코트로 자리 잡은 '유익한 상점', '청춘창고', '책방심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비로 세상을 바꾼다 '유익한 상점'

 '제리백(물을 담을 수 있는 백팩)'을 사면 우간다 어린이들이 더욱 쉽게 많은 물을 길어 먹을 수 있다. 직물로 짠 가방을 사면 네팔, 가나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게 된다. 코끼리 똥으로 만들어진 공책을 통해 나무 한 그루를 베지 않는다. 커피를 사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노동자들의 휴식이 보장된다. 엽서를 사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홍보된다.

 모두 '유익한 상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2016년 1월 숍인숍 형태로 순천 역전길에 둥지를 튼 유익한 상점. '세상을 이롭게 하는 소비'라는 가치관 하나로 2018년 1월 단독 잡화점 형태로 확장도 했다. '레트로' 감성이 떠오르면서 한옥을 연상하는 고즈넉한 가게 디자인이 지역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됐다.

 유익한 상점은 공정무역을 표방한다. 공익성을 뛴 상품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순천만의 경쟁력을 보이는 제품도 있다. 순천 어린이들의 그림을 달력이나 엽서의 디자인에 활용하거나 인형의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어린이 작가들이 참여한 제품 수익금은 전액 지역아동센터에 기부된다. 어느새 '유익한 상점'은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유익'이라는 지역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순천 사람들의 이야기, 순천의 풍경, 환경을 보호할 방법 등을 소개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담으려고 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5월 말 발행되는 2호에는 광고가 붙었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구독료 등의 수익금으로만 제작되는 '유익'은 계간지 형태로 발행될 계획이다.

 오는 30일 예정된 플리마켓, '안전한 마켓'을 시작으로 지역 경제를 도모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익한 상점 대표 양진아씨는 "유익한 상점은 사회·환경적 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며 "매력적인 기념품을 통해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는 것만큼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상생하는 방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의 성공 꿈꾸는 '청춘창고'

 주님만큼 격상된 건물주. 한국에서 성공이 담보된 창업이 가능할까? '청춘창고'는 임대료 '0'으로 초보 창업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해에는 시즌마다 진행하는 토크쇼와 같은 행사로 젊은이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상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워크숍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순천에서 청년 자립을 돕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건물의 디자인이다. 1961년 건립돼 역전길 중심에 있는 농협의 대규모 양곡창고는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폐건물로 버려졌다. 이후 리모델링을 통해 2017년 1월 1기 22팀이 입주하면서 청춘창고로 다시 태어났다.

 994㎡(약 300평)의 건물에는 현재 1층 요식업, 2층 사진관, 꽃집, 공방 등의 총 16팀이 입주해있다. 청년 창업인들은 임대료 명목으로 연회비 13만~16만을 내고 있으며 최대 2년까지 이곳에서 실습의 기회를 얻는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뚜렷하다. 1기 22팀 중 5팀이 청춘창고에서 경험과 마련한 자금을 통해 계약기간이 끝나고 실제 창업을 했다.

 창업 공간뿐만 아니라, 공연이 가능한 무대와 작품 전기 공간도 마련해, 사실상 원도심의 거점건물이 됐다. 지난해까지 청춘 페스티벌, 실패학 콘서트, 버스킹 페스티벌 등 초청공연을 진행해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했다.

 청춘창고에서 'HOSTA'를 운영하는 정영호씨는 "임대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가게를 직접 운영하면서 조리과정부터 재고관리까지 모두 접하다 보니깐 실질적인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청년들의 초기창업비용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별 평수 공간으로만 가격을 산정해 연회비를 받는 구조다"며 "수도와 전기 등의 사용료 또한 첫 입주 3개월은 면제다"고 전했다.

 이어 "순천에서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착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상생을 꾀할 수 있는 매개체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누구나 고독한 작가 '책방 심다'

 여행지에서 읽은 책은 두고두고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꿈꾸는 '책방 심다'는 지역에서 책 한권을 구매함으로써 동네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책만을 판매하지 않는다. 독립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녹아있는 잡화품을 판매해 지역 경제를 도모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책마다 걸려있는 '추천글귀'는 책방 심다에서만 볼 수 있다. 또 책방 심다에서 추천하는 책, '블라인드 북'은 책방 사장의 추천만으로 책을 구입하는 이벤트다. 방문객들이 어떤 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 책은 여행만큼이나 설렘을 준다.

 책방 심다에서만 만날 수있는 기념 벳지도 만나볼 수 있다. 순천의 대표 식물 갈대, 퉁퉁마디, 칠면초 모양의 벳지는 순천의 가치관을 담고 있다.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북 토크콘서트와 글쓰기 강연과 같은 이벤트로 지역 독립서점만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을 통해 주민들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고 있다.

순천=박기현 기자 kh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