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택배 분류에도 무임금"
노동 시간 길고 환경도 열악… 장시간 노동의 배경||노동자들이 관행처럼 해 와… 작업 거부 투쟁 시사
2020년 05월 11일(월) 17:07 |
![]() 전국택배노조 호남지부는 11일 오전 광주 남구 모 택배물류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임금 택배분류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은 택배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컨베이어벨트와 휠 소터. |
전국택배노동조합 호남지부는 11일 오전 광주 남구 모 택배물류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임금 택배분류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11시께까지 4시간 남짓 직접 택배 분류 작업을 해 왔다. 노동자들은 분류 작업을 마친 후에야 본격적인 배송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최근 물량이 20~30% 급증하면서 분류 작업 시간이 길어졌고, 자연스레 배송 업무도 지연됐다. 택배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 이유다.
택배분류 작업의 환경도 열악하다.
일반적으로 6, 7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택배 분류 작업에 돌입한다. 휠 소터(자동분류장치)를 거쳐 우선적으로 분류된 택배 물품들이 해당 구역으로 오면, 자신이 배달할 구역의 물건을 골라 직접 차에 싣는 형태다.
하지만 긴 컨베이어벨트 주변에는 고작 선풍기 몇 대만 설치돼 있었다.
홍원희 택배노조 남광주지회장은 "택배 물품에는 무게가 상당한 것들도 많아서 분류하고 옮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며 "하지만 분류작업장에는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곧 더워질텐데 선풍기 한 대로 여러 명이 바람을 나눠 쐐야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태 택배분류 작업이 무임금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 즉 개인사업자 신분의 택배 노동자들은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오전시간 대부분을 택배분류 작업에 할애하고 있지만, 여태 해당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한 이유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시간 외 무임금 노동으로 사측만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는 만큼, 택배 노동자들은 수년 간 택배분류 작업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 오고 있다.
지난 2017년 광주지방법원은 택배 노동자가 한 대리점을 상대로 낸 '택배분류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택배 노동자와 대리점 간 운영약정 체결 이후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이의제기가 없었다.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대리점이 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지금까지 택배 노동자의 택배분류 작업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의 업무 범위와 분류작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린 판례도 아직 없다. 또 택배 분류 노동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고, 해당 노동을 별도로 맡는 '분류 도우미'를 쓰는 곳도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날 택배 노동자들은 사측에 분류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부 투쟁도 불사하겠단 뜻도 내비쳤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