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우성>'하얀보약 우유'를 마셔야 하는 진짜 이유
최우성 (농협전남지역본부 축산사업단 차장)
2020년 04월 28일(화) 13:17
농협전남지역본부 축산사업단 최우성 차장
옛 조선시대 보양식인 타락죽은 임금님도 아무 때나 먹지 못하고 특별한 날이나 몸이 아플 때에 먹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타락죽은 우유에다 찹쌀을 넣고 끓인 죽을 말하며, 동국세시기의 기록에는 주방이 아닌 궁중병원인 내의원 약방에서 직접 제조하였다고 하니 음식이 아니라 몸에 좋은 보약으로 여겼음이 짐작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왜? 세 살 때 마시던 우유는 어른이 되면 딱 끊는 것일까?

지금의 40대 이상은 과거 국민학교를 다닐 때 우유를 먹고 싶어 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가난했던 그 시절, 학교에서 값싸게 제공하던 우유를 학생들 대부분이 먹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유는 형편이 좋은 가정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만큼 귀한 식품이었으니 지금의 우유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우유하면 생각나는 '우유 좋아~우유 주세요~세상에서 제일 좋아~'라는 우유송이 이젠 추억이 됐다. 세월의 변화에 탄산음료와 커피를 즐겨하는 문화가 건강에 좋은 우유를 추월하여 소비시장에 자리 매김한지 오래다.

우유 속에는 인체에 필요한 114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면역력 증진과 성장발육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우유를 찾는 사람이 드물다. 그런 이유로 '우유를 왜 마셔야만 하는지'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1일 영양소 섭취량 중 유독 칼슘만은 권장량보다 부족하게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칼슘을 섭취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공급원이 있다. 뼈째 먹는 생선이나 녹황색 채소 같이 칼슘이 들어 있는 식품이 있지만 일반적인 식사만으로는 하루 칼슘 섭취 권장량의 70%밖에 섭취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우유 1~2잔을 보충해서 부족한 칼슘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유 한잔(200㎖)에는 칼슘 함유량이 약 227㎎ 들어있다. 이 정도의 칼슘량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생선은 400g, 채소는 997g 이상을 섭취해야만 한다. 또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팔다리가 얇아지고 체중도 같이 줄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체중과 함께 근육량이 줄어든다는데 있다. 근육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방세포가 채워지는데 이는 건강관리에 적신호로 유의해야 한다. 노인들 대다수는 치아나 위장이 좋지 않아 저작운동과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로 주로 밥이나 면처럼 씹기 쉬운 음식을 섭취하다보니 제대로 된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경우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체내 흡수율이 90%이상인 양질의 단백질 식품인 우유로 쉽게 보충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남들보다 쉽게 감기에 걸리고, 체력이 떨어져 질병에 노출된다면 면역력을 관리해야 할 때다. 어떤 사람들은 시중에서 효소가 들어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일부러 찾는다. 하지만 우유만으로도 충분히 효소를 보충할 수 있다. 우유에는 락토페린, 라이소자임 성분이 들어있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우유를 찾아보자.

최근 '방콕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일상생활이 위축되었다. 직장인과 주부들은 일상의 답답함과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체내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우유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비타민D의 수치를 높여주고, 숙면을 도와주는 트립토판 성분이 풍부하여 잠자리 들기 최소 1시간 전 따뜻한 우유 한 잔이 깊은 수면을 유도한다.

하지만 우유를 오해해 마시기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유에 설탕이 들어있다'라는 오해가 그 예다. 모든 유제품에는 당 성분량을 표시해야 한다. 성분표에 적혀있는 당 성분을 보고 설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은 설탕과 다르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가 젖을 먹이는데 그 유즙에는 예외 없이 유당이 있다.

유당은 우리 몸속의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고, 에너지 공급과 뇌 발달 그리고 혈당 조절기능을 하며,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변비 해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50%이상이 '유당 불내성' 증상이 있다. 유당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에게는 복통이나 복부팽만, 설사 등 이상 증상을 가져올 수 있다.

유당 불내성이 있다면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조금씩, 천천히 마셔보자. 체내에서 유당분해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유당을 소화하기 쉽게 한다. 이러한 것도 불편하다면 시중에 유당을 제거한 유당분해 우유가 나와 있으니 찾아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성인 하루 우유 섭취 권장량은 400㎖로 우유 두 팩 정도다. '우유는 2세를 위한 가장 안전한 투자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건강을 위해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며칠 전 미국의 한 낙농업자가 우유를 그대로 버리는 영상이 대중매체에 올라와 충격을 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도시 지역민들은 식료품점에서 우유를 찾는데 산지 낙농가는 우유를 대량으로 내다 버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학교와 식당, 호텔 등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염병 확산으로 지역 물류 공급망이 제한되고 유제품 가격이 폭락하자 유업계에서는 재고를 견디지 못해 우유 대량 폐기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의 장기간 영향으로 우유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낙농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계절적 이유로 산지 집유량은 20%이상 증가한 반면 우유 판매량은 30%이상 감소했으며, 수출은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학교우유급식이 한 달 넘게 중단되면서 재고량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잉여우유 물량은 분유와 치즈로 생산되는데 재고량이 이미 전년 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학교급식이 중단된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가정 내 배달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 농가를 돕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공공기관이나 직장 내에서 '우유와 함께하는 회의'를 적극 활용해 보면 좋겠다. 각종 회의나 고객 응대용으로 우유 제품을 사용하고 음용하며 건강까지 챙기니 일석이조다. 가정 내에서도 우유 한 잔 더 마시기를 통해 지친 몸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어 보자.

건강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바른 소비가 한국 농업·농촌·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할 것이다. 하루 두 잔!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우유나 유제품을 찾아 건강을 챙겨보자. '우유를 사랑하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광고 카피처럼 몸에 좋은 건강한 우유가 고맙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