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환(90) 원조두유 대표(72/1000)
2020년 04월 12일(일) 17:32 |
![]() 광주사람-오동환 |
의사가 "당신 이러다 곧 죽는다"라고 했지요. 치료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어요. 누군가 콩물이라도 먹어보라고 권했던 것이 콩물장사의 시작이었지요.
약 대신 먹었던거라 처음에는 저만 먹었죠. 내가 콩물을 먹으니 주변에서 '나도 한그릇 줘'라고 하더니 입소문이 났어요.
50년 전 광주 동구 산수동, 지금의 사업장인 '원조두유'터에 이사를 왔어요. 그 당시 집값은 20만원대였고 저는 빚을내어 이 터를 마련했어요. 콩물을 갈아야 해서 맷돌을 샀죠. 맷돌 값이 당시 3만6000원이었어요. 집값의 7분의 1에 맞먹는 큰돈이었지만 이 맷돌 덕에 빚도 갚고, 4남매 대학졸업에 시집장가까지 다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반평생을 먹어보니 콩물은 건강에 정말 좋습니다. 일본 장수마을의 비결이 콩이라는 연구결과가 보여주고 있잖아요.
콩은 버릴 것이 없어요. 심지어 껍질에도 섬유질이 굉장히 많지요. 저는 이 콩의 성분을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어 맷돌을 사용합니다.
커다란 맷돌로 콩을 가는 일은 노인에게 굉장히 버겁지요. 새벽 4시에 일어나 8시까지 제가 맷돌을 돌리고, 이후엔 아내가 돌려요. 믹서기를 사용하면 영양분이 파괴되서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콩을 삶는것도 기술이지요. 50년간 이 일만 하다보니, 콩에 대한 것은 제가 전문갑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드냐고요? 아니요. 전혀요. 전국에 걸쳐 단골층이 형성돼 있다보니 저희집 매출은 늘 똑같아요. 콩물은 정해진 양만 팔고, 없으면 팔지 않아요. 올해로 내 나이 90이에요.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지금처럼, 늘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콩 삶고 맷돌을 갈고 이렇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다 가고 싶어요."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