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이른 봄 거리로 나선 구세군
'내 마음을 담다' 캠페인… 31일까지 마스크·현금 모금||취약계층·사회서비스 종사자 지원 "소중한 한 장 절실"
2020년 03월 25일(수) 17:09
25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우체국에서 구세군이 '내 마음을 담다' 캠페인을 진행, 마스크와 현금을 모금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여러분의 작은 정성 부탁드립니다."

25일 찾은 광주 동구 충장우체국. 오후 12시가 되자 청명한 종소리가 광장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매년 12월 불우이웃에게 전해지는 온정의 상징인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가 봄 기색이 완연한 3월, 광주 시내 한복판에 다시 등장했다.

겨울 모금과 다르게 유난히 눈에 띈 것은 자선냄비 옆에 마련된 투명한 함과 함께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는 '광고문구'였다. 코로나19 사태에 성금 모금 외에도 마스크를 기부하는 '내 마음을 담다'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이날 마스크를 쓴 채로나마 외출한 이들로 시내는 제법 북적였다. 캠페인 진행 2시간째인 오후 2시께 모인 마스크는 10장 남짓, 모금된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자선냄비로 향하는 구원의 손길은 조금씩이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캠페인 첫날 24일 모인 현금 7만9000원과 마스크 6매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뛴 성과다.

친구들끼리 바람을 쐬러 나온 여학생들부터 마스크는 썼지만 손을 꼭 잡은 연인들, 길어진 방학에 부모와 함께 거리로 나온 어린이들까지 십시일반 냄비와 마스크 함을 채워나갔다.

자신의 용돈을 기꺼이 모금한 정수빈(7)양은 "엄마와 시내에 나왔다가 기부하게 됐다.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소중히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부 이모(40)씨는 "예전부터 위생에 민감해 마스크를 비축해두고 있었다.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 어려운 분들에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분의 마스크를 넣었다"고 했다.

심지어 인근 가게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기부하는 이도 있었다.

대학생 정모(22)씨는 "온라인 강의가 끝나고 여자친구와 시내를 찾았다가 자선냄비를 보게 됐다. 현금도 좋지만 마스크가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인근 가게에서 구매해 기부했다"고 했다.

구세군은 온라인상의 '#내마음을담다' 챌린지 동참도 호소하고 있다. 캠페인 홍보 효과는 물론 모든 국민이 서로 격려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뤄지고 있는 '전 국민 응원 릴레이' 챌린지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기부 인증과 응원 문구 작성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24일부터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충장우체국 앞에서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모금활동이 이뤄진다. 현금과 마스크는 물론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도 기부가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출을 삼가고 있는 시민들은 광주구세군교회에 직접 방문이나 우편을 통해 기부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캠페인이 종료되면 기부된 성금, 마스크 등 위생용품은 취약계층을 비롯해 환경미화원, 버스 기사, 경비원, 우체국 집배원과 같이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지원된다.

직접 종을 울리며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홍찬호 전라도 홍보사관은 "캠페인 초기라 아직 모금이 원활한 편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점차 알려지면서 활성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서로 돕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함께 무사히 재난 사태를 이겨냈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구세군은 서울, 부산, 대전 등 3곳에서 1차 캠페인을 벌여 1554개 마스크를 확보했다. 마스크를 포함한 방역용품은 환경미화원과 버스 기사, 경비원 등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시민들의 열띤 호응과 참여도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2차 캠페인은 전라도를 포함해 전국 9개 구세군 지방 본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