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정 필묵도정 담양에 펼쳐진다
생전 고향 담양에 기증의사 밝혀||작고 후 작품 및 유품 3000여점 인계
2020년 03월 05일(목) 17:07

고 학정 이돈흥 선생. 학정서예연구원 제공

지난 1월 작고한 학정 이돈흥 선생의 필묵도정(筆墨道程)이 담긴 유품이 담양에 보존된다.

5일 (사)학정연우서회와 학정서예연구원 및 담양군에 따르면 호남 서예계의 거목이자 한국 서단의 3대 명문가로 꼽혔던 고 학정 이돈흥 서예가의 작품과 유품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전시관을 담양 한국대나무박물관에 구축하기로 했다.

학정 선생의 작품을 담양에 보존하기로 한 것은 고인이 담양 출신인데 따른것이다. 그간 담양군을 비롯한 여러 시,군, 구는 학정 선생에게 작품기증에 대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타진해 왔으며, 학정 선생 역시 생전 자신의 작품을 보존할 수 있는 기념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정 선생은 지병이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고향 담양군에 작품 및 유품 기증의사를 밝히고 담양군과 협약을 체결했다.

담양군에 기증된 학정 선생의 유품은 작품 800점을 비롯해, 벼루 150점, 인장 350점, 서적 1500여권 등 총 3000여점이다. 특히 기증된 서적은 학정이 생전에 즐겨봤던 철학서와 인문서, 학자들 문집, 논어와 맹자, 성경, 그리고 일부 고문서 등이다. 유품은 기증 절차를 밟고 최근 담양군에 인계됐으며 한국가사문학관 수장고에 보관중이다.

담양군은 오는 5월까지 인계작업을 마치고 오는 2021년 국비를 확보해 공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대나무박물관 내 660㎡(약 200평)규모의 부속건물을 리모델링 할 예정이며, 전시실 외에 교육관이나 서예학습관도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시관이 마련되면 내부 콘텐츠가 부족할 것에 대비해 목록에서 누락돼 있는 붓과 안경, 옥편, 펜, 인주, 컵, 옷가지(작업복) 등도 정리작업 될 계획이다.

광주시 동구 서석로 89번지 2층에 자리한 학정 서예연구원은 학정의 족적이 서려있는 만큼 현 상황을 그대로 승계해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학정 문하에서 줄곧 서예가의 길을 걸어온 정재석 학정서예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학정 선생이 작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라 해서 끝마쳤는데 황망하게 가셨다"면서 "선생의 유지를 잇는다는 생각도 있고, 미망인의 뜻도 있고 해서 서류상으로 정리하는 것은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정 이돈흥 선생은 선인들의 필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체인 '학정체'(鶴亭體)를 구축했고, 초서와 전서의 결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55년 동안 붓을 놓지 않고 서예 한길을 걸으면서 21세기 한국 서예 10대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다. 제자를 양성하는 등 호남 서예 발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서예인구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최근 담양군에 기증된 학정 이돈흥 선생의 작품들. 담양군은 인계절차를 거쳐 담양가사문학관 수장고에 학정선생의 작품을 정리중이다. 담양군 제공

최근 담양군에 기증된 학정 이돈흥 선생의 작품들. 담양군은 인계절차를 거쳐 담양가사문학관 수장고에 학정선생의 작품을 정리중이다. 담양군 제공

최근 담양군에 기증된 학정 이돈흥 선생의 작품들. 담양군은 인계절차를 거쳐 담양가사문학관 수장고에 학정선생의 작품을 정리중이다. 담양군 제공

최근 담양군에 기증된 학정 이돈흥 선생의 작품들. 담양군은 인계절차를 거쳐 담양가사문학관 수장고에 학정선생의 작품을 정리중이다. 담양군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