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5분 전'
박성원 정치부장
2020년 02월 12일(수) 18:35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판 5분 전'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무슨 일이 잘못되거나 무질서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으로 사용할 때 쓰는 '개판'의 개는 '개(犬)'가 주인공이다. 개들이 먹을 것을 놓고 서로 먹겠다고 다툼을 벌이거나 서로 몰려다닐 때 "개판이구만"이라고 한다.

'개판'을 개들의 난장판을 뜻하는 말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원래 의미는 따로 있다. 그 유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피난민들에게 배식하기 위해 밥을 짓는 거대한 가마솥의 나무판을 열기 5분 전에 "개판 5분 전"이라고 외친 데서 유래했다. 이 말은 '밥이 거의 다 됐고 이제 솥뚜껑을 5분 후에 열겠다'는 의미다. 이 말을 들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배식받기 위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여기서 개는 '연다(開)'는 의미로 쓰였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판을 펼칠(開)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치판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개(犬)판이다.

민주당 광주·전남 예비후보 중 일부는 총선 후보자 신청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권리당원 명부를 부당하게 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이들은 후보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징계 경력자로 분류돼 감점을 받게 됐다.

중앙정치는 또 어떤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사안이 발생하면 국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이익과 선거를 위한 당리당략적인 주장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여야는 국회 특위 명칭에 대한 이견으로 일주일 넘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 특위'를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특위 명칭에 '우한'이 들어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다고, 가장 시급한 현안 해결을 미루는지, 정말 '개(犬)판'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은 지금부터 오는 4월 15일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할지, 원칙을 정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국민을 대표한다면서도, 국민의 뜻과는 한참 동떨어진 일만 일삼는 이들을 또 다시 국회로 보내선 안 된다. 5분의 시간만 투자하면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진짜 '개판(開版) 5분 전'이다.

박성원 정치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