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주의보
순천서 45인승 버스 전복… 1명 사망·9명 부상||그늘진 산모퉁이·교량·고가도로 위 '위험구간'||도로교통공단 “결빙 구간 파악해 속도 줄여야”
2019년 12월 23일(월) 17:52
순천시 송광면 구룡리의 한 도로에서 23일 오전 8시32분께 A(52)씨가 운전하던 45인승 버스가 전도돼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뉴시스 제공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에 녹아있던 눈 또는 비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아주 얇은 빙판처럼 얼어붙는 현상이다. 아스팔트 색깔이 그대로 투영돼 검은 얼음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 잇단 '블랙아이스' 대형 사고

23일 오전 8시32분께 순천시 송광면 구룡리의 한 도로에서 승객 14명을 태운 45인승 시외버스가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선에서 마주오던 승용차와 화물차를 잇달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A(57·여)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고, 승용차 운전자 B(54·여)씨를 비롯해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모두 9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블랙아이스'를 주목하고 있다. 시속 100㎞로 질주하던 버스가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 제어력을 잃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 5시 충남 보령시 천북면 서해안 고속도로 서울 방향 광천 졸음쉼터 인근(목포 기점 211.4㎞)에서 4.5톤 화물차 등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했다.

사고로 25톤 화물차 운전자가 숨지고, 1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충돌로 화재가 발생했으나 견인 기사들이 소화기로 진화했다.

사고가 난 차들은 이른바 '블랙아이스' 때문에 제때 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도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블랙아이스로 7중 추돌사고가 났고, 지난 14일에는 상주~영천고속도록에서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진 차량 40여 대가 추돌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3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 14일 구례군에서는 승용차 3대가 연달아 추돌해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원인은 블랙아이스였다. 이 사고로 일대 도로가 하루 동안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 '도로 위 암살자' 오명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암살자'나 '도로 위 시한폭탄' 등으로 불린다.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 얼음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블랙아이스는 주로 터널의 입·출구나 그늘진 산모퉁이, 교량, 고가도로 위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도로보다 온도가 낮거나 빨리 떨어지는 곳이다.

제설용 염화칼슘에 녹은 눈이 다시 얇게 얼면서 빙판이 생기기도 한다.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나주대교가 대표적이다.

나주대교에서는 지난 2016년 블랙아이스로 인해 1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발생한 '결빙'에 의한 사고는 모두 7건으로, 총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기간 광주 광산구 비아육교 부근에서 6건의 결빙사고가 있었고 광주 북구 동운고가, 광주 서구 유덕교회 부근 도로, 영암 월출대교에서도 각각 5건의 결빙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위해 결빙 의심 구간을 미리 파악해 해당 구간에서 속도를 꼭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블랙아이스는 운전자들이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보니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영하의 날씨에서는 반드시 차량속도를 평소보다 20% 더 감속하고 불필요한 차선변경을 피해야 한다. 차량이 미끄러진다고 해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