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화업에 담긴 민족의 역사와 삶
광주시립미술관, '손장섭, 역사가 된 풍경'전||민중미술· 남도풍경까지…원로작가 화업 총망라 ||
2019년 11월 04일(월) 16:57

손장섭 작 '울릉도 향나무'

완도 출신 손장섭 화백은 일평생 냉철한 역사의식으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아왔다.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 60년 화업의 대부분을 험난한 역사에 고통받고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담아온 그는 특히 나무를 통해 민중의 모습을 표현해왔다. 손 화백에게 거대한 고목은 험난했던 역사의 뒤안길을 말없이 지켜보며 살아온 증인이자 목격자다. 몇 백년을 의젓하게 꿋꿋이 버티고 있는 끈질긴 생명력은 곧 우리의 역사이자 거울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민중미술의 선구적 활동을 해오면서 화업 60여년 동안 역사와 삶에 대한 애정과 우리 시대 풍경화의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손장섭, 역사가 된 풍경'전을 2020년 2월 2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개막행사는 11월 12일 오후 4시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원로·작고작가 초대전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해마다 지역 뿐 아니라 국내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원로·작고작가를 선정, 초대전을 통해 그 예술적 성과를 연구, 조명해오고 있다.

올해 원로·작고작가 초대전으로 선정된 손장섭 화백은 완도 출신으로 1961년 서라벌고등학교를 나와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수학했다. 1978년 동아미술제를 김영중 작가와 함께 창설했고, 1991년 제2회 민족미술상, 1998년 제10회 이중섭미술상과 제15회 금호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는 경기 파주에서 거주,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 화백이 고등학교 시절인 1960년대 시절에 그린 4·19 혁명을 기록한 '사월의 함성'을 비롯해 1980년대 민중미술,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신목 (神木)과 금강산, 독도 등 자연풍경, 남도풍경 작품들과 2019년도 신작 '한국근현대사'까지 그의 예술세계 전반을 망라한 대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삶의 아픔과 혼을 일깨우는 장중한 손 화백의 메시지는 독특한 역사적 풍경에 대한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거대한 나무-신목(神木)'연작을 비롯해 '민중의 소리-역사의 창', 전국 산하의 '자연풍경', 그리고 '60년대 초기 작품 및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거대한 나무-신목(神木)'연작에서는 1990년대 초기 신목 작품에서 부터 '울릉도 향나무', '태백산 주목'를 비롯해 전국의 곳곳의 신목들이 전시된다. 작품안에 들어온 거대한 나무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체취, 역사를 간직한 채 오랜 세월의 풍파의 흔적을 간직하며 우리를 압도한다.

'민중의 소리-역사의 창'에서는 1960년 고등학교 3학년 때 4·19혁명을 목격하고 그린 '사월의 함성', '현실과 발언' 창립전에 출품했던 '기지촌 인상', 1980년 오월을 그린 '오월 함성', '역사의 창' 시리즈 등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2019년 신작인 '한국근현대사'는 가로 9m 길이의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겪고 느낀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크고 작은 사각틀 구조에 담은 역사적 대서사이다.

'자연풍경' 섹션에서는 '땅끝에서 청산도까지', '해남 땅끝' 등 남도의 풍경을 비롯해 금강산, 독도 등 우리나라 대자연을 주요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손장섭에게 자연은 관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이 땅의 주인인 민중들의 삶, 역사의 유구함을 품은 대상이다. 그는 우리 국토 곳곳을 답사하며, 그 영감들을 화폭 안으로 옮겨왔다. '손장섭의 색'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색감인 옅은 청회색은 흰색 물감을 절묘하게 섞어 자신만의 파스텔톤의 색조를 탄생시켰는데 여릿한 푸른 안개와도 같은 분위기가 아련함을 더한다.

손장섭 작 '한국근현대사'

손장섭 작 '해남 땅끝'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