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 직장폐쇄… 파업 장기화 되나
유일한 임단협 미타결 사업장 임금인상 등 놓고 이견차 여전||직장폐쇄로 번진 갈등양상까지 환자들 불편… "빨리 해결되길"
2019년 10월 01일(화) 17:54

1일 광주기독병원에 설치된 민중당 천막당사 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기독병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병원 측은 '직장폐쇄'라는 '칼'을 뽑아 들었고, 노조는 "직장폐쇄는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수순"이라며 맞서고 있다.

'직장폐쇄'에 나선 병원은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장기화됐을 경우 진료 차질 등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단협 이견…'직장폐쇄'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광주기독병원지부(광주기독병원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34일 째인 1일 오전 광주 남구 기독병원 로비에서 조합원 282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당 광주시당도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독병원 내 천막당사를 설치해 파업에 힘을 실었다.

광주기독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산하 45개 지부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광주기독병원은 노사협상이 결렬된 지난 8월 29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광주기독병원 노조의 현 임금은 2017년 기준 공무원 기본급의 91% 수준이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30만원을 추가로 얹어 지급하지만, 월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5년 차 간호사는 한 달에 8번 이상 야간근무를 하면서 월 200만원도 손에 쥘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인력충원 △간호 2등급 상향조정 및 병동별 근무번표 확정 △근무복 전면 개선 △야간근무 조건 개선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병원은 인건비 비중 증가 등 경제적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노조 파업 33일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최용수 기독병원장이 본관 로비에서 조합원을 만났다. 하지만 서로 타협점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고, 최 병원장은 자리를 떴다. 오후 4시, 광주기독병원 직장폐쇄 공고문이 걸렸다. '장기간의 쟁의행위로 인한 정상업무 수행 어려움'이 직장폐쇄의 이유였다.

지난달 31일 광주기독병원에 직장폐쇄공고가 붙었다. 광주기독병원노조 제공

●"진료 방해 " vs "연대 응원"

직장폐쇄를 놓고 노사간 입장차도 드러났다.

노조는 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병원 측은 '시민단체 등 제3세력의 병원 점거'를 직장폐쇄의 이유로 제시한 뒤 용역업체를 동원해 출입구를 막고 자물쇠로 채웠다"며 "병원 측이 이야기하는 제3세력은 병원을 점거할 생각도 없다. 연대단체이기 때문에 지원하고 응원을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담화문을 내고 "노조가 병원 로비를 무단으로 점거해 환자들의 안정진료와 병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46조에 따라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에 대해 '파업참가자에 대한 병원 출입금지'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직장폐쇄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다.

신명근 노무사는 "(기독병원의 직장폐쇄는)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수동적·방어적 성격이 아닌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또는 협박의 수단)을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수단에 해당한다"며 "정당한 쟁의행위(부분적·병존적 점거)를 방해할 목적의 직장폐쇄는 불법이다. (현 상황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제대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현정 민중당 광주시당 대변인 동구지역위원장은 "노조 측 요구는 적정임금, 인력충원, 근무복 교체 등 기본적 노동의 조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제3의 세력' 등 용어를 사용해 내부 분열시키려는 사측의 의도가 보인다"며 "빠른 시일 안에 문제가 잘 해결돼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파업이 끝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까지 (민중당은)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인다.

정자영 전국보건의료노조 광주기독병원지부 부지부장은 "기독병원 노조는 신앙 있는 조합원들로 구성됐다. 신앙인들에게 사설 용역까지 동원하는 병원 측 행위에 경악했다. 조합원 길들이기의 수순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파업 초반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은 노조를 지키는 게 절실해졌다. 힘이 들겠지만 포기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 불편 '우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파업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파업 그 자체에 대한 반대보단 인력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정기적으로 기독병원을 찾는다는 정 모(73·여)씨는 "TV에서 파업한다는 소리를 들어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크게 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도 했다.

23개월 된 아이의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김은(41·소촌동)씨 역시 불편함을 표현했다.

그는 "먼 데서 일부러 찾아왔다. 소아과 인원이 부족해 영유아 검진을 받지 못했다"면서 "두 달 뒤 예약을 잡았는데, 그때는 헛걸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