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생명, 끝까지 최선다할 것"
등대지기 22년 손한일씨 소리도 출신 첫 등대장 부임||"소리도 출신이 소리도 등대장은 110년 만에 처음"
2019년 08월 20일(화) 16:13

"모든 배가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등대를 밝히는 것이 제 임무죠, 등대는 생명입니다."

여수반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남쪽의 섬 '소리도 등대'에 이 섬 출신 소리도 항로표지관리소장(소리도 등대장)이 부임해 섬마을이 떠들썩하다.

등대를 지키고 함께 생활한 경력 22년의 손한일(49·사진) 소리도 항로표지관리소장.

해양수산부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소속 공무원인 그는 지난달 15일부터 여수시 남면 소리도(연도) 유인등대인 '소리도 등대'의 관리소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의 '소리도 등대' 근무가 알려지면서 연도초등학교와 연도중학교 총동문회 등 손 소장 동문은 소리도 출신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소리도 등대를 지키게 된 것은 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뻐했다.

특히 1~2년 후 유인 등대에서 무인등대로 전환 예정인 소리도 등대의 마지막 등대지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고 모두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손 소장은 솔개를 닮아서 소리도로 불리고 솔개 연(鳶) 자를 써서 연도로도 불리는 이 섬의 자랑이 됐다.

그는 27살이 되던 해에 여수해양수산청이 관리하는 280개 등대를 정비 점검하는 일로 등대와 인연을 맺었다.

첫 불을 밝힌 지 100년 넘은 소리도 등대도 소개했다.

그는 "2021년 무인화가 예정된 소리도 등대에서 고향 사람이 근무하게 되자 섬사람들이 기뻐하고 또 중학교 동문회에서 6년 가까이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더 기뻐하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 등대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등대지기의 소임을 다하는 날까지 등대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이어 "항로표지업무는 바다를 지나는 선박의 좌표가 된다"면서 "고장이 날 때 신속하게 복구했고, 원양어선, 컨테이너선 등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등대 정비에 최선을 다했기에 일하는 날까지 그 역활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한일 소장은 "10년 전부터 섬들이 개발되고 연륙교가 연결되면서 섬을 찾는 외지인이 늘고 있지만, 섬 주민의 생계가 달린 만큼 쓰레기를 버리는 등 오염시키기보다는 섬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남해바다의 길잡이인 소리도 등대는 1910년 10월 4일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해수면에서 82m 높이에 있는 등탑은 지금까지 원형이 보존된 상태다. 2021년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등대로 전환이 추진된다.

여수=이경기 기자 g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