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11일(화) 17:56 |

김상연 작 '존재-손'
지역을 기반으로 서울과 독일에서 활동중인 김상연 작가의 30여년 화업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에 마련된다. 13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김상연의 그림-나를 드립니다'전은 작가가 국립중국미술학교 대학원에서 배운 전통목판화 기법을 변화, 발전시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미술관 측은 아카이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 작가가 20년 이상 고민하고 노력한 '수인회화'가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수인회화는 인간적 성찰과 수행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미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철학적 결과물에 가깝다. 수인회화의 원류인 수인판화는 중국 전통판화 기법이다. 물의 특성을 이용해 찍는다는 점에서 유성에 기반한 서양판화와 다르다. 물을 흡수하는 종이, 물을 머금은 목판, 물을 찍는 도구의 속도에 의해 작품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인판화를 찍기 위해선 무엇보다 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판에서 통제되고 다듬어진 절제된 물의 번짐을 기초로 수인판화기법을 변용해 만들어진 것이 수인회화다.
이번 기획전에서 선보이는 수인화 '존재-손'은 물을 머금은 하나의 판이 수십번 겹쳐 찍히면서 입체적인 형상으로 완성됐다. 통제된 물의 번짐은 홀로그램을 보는 듯 입체적이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듯 생동감을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상연 작가는 "판화, 사진, 회화의 보이는 기술적 경계를 허물고 본질적 사유에 직관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수인회화를 시도해왔다"며 "작품은 선명했던 '나'가 수십의 '나'였다가 '우리'일 것도 같은 존재로 드러나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시에서는 쾌와 불쾌, 존재와 부재, 인간과 사물이 호흡하는 작가의 의자를 담은 '존재 시리즈'를 비롯해 삶의 순간 순간에서 얽히고 맺혀있는 것을 사라지게 하는 해원의 간절함을 담은 '풀다 시리즈', 작가의 자화상을 담은 '나를 드립니다'시리즈까지, 수행적이면서 끝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고 있는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김상연 작가는 전남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예술 성찰을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국립중국미술대학 판화과에서 동양인쇄술의 꽃으로 알려진 수인판화를 익힌 후 2000년 고향 광주로 돌아왔다. 중국에서 혹독한 배움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작품은 판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화, 수인목판화, 드로잉, 목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해 인간적 욕망과 해원을 풀어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문의 (02)3457-1665. 일요일, 공휴일 휴관.

김상연 작 존재'

김상연 작 '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