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28명 70년동안 지켜온 마을문서 박물관 건립
순천시 서동마을 백종택 이장
일제시대부터… 150여점 전시
"색다른 생활속 근대사 박물관"
2018년 04월 01일(일) 21:00
28명 이장들이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70여 년에 걸쳐 지켜 온 마을 문서가 박물관을 만들어냈다.

순천 상사면 서동마을박물관을 빼곡히 채운 일제시대 국민증부터 마을 상장 등 150여 점이 바로 생활 속 역사들이다.

지난달 28일 순천 상사면 서동마을에서 순천시 최초의 마을박물관 '서동마을박물관 개관식'이 열렸다.

서동마을 백종택(62) 이장은 마을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을 "나를 포함한 28명의 이장들이 모아온 다양한 생활 속 역사다"고 설명했다.

서동마을박물관은 일제시대 국민증과 건강보험증, 전보, 옛 사진방 봉투 등 생활자료를 포함해 1960년대 재건시대 당시 모범마을 선정 상장 46점, 마을장부 80여 점 등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 150여 점이 전시됐다.

박물관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던 첫 날 등 기념적인 사건들을 차례로 살펴볼 수도 있다.

백 이장은 "마을박물관에 전시된 자료 중 가장 오래된 자료로 1950년 이전 것도 있다"며 "서동마을은 첫 자료가 확인되는 시점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한 약 50호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첫 이장부터 모아온 자료들을 소중히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이장들이 보관해 온 자료들은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 이장은 "1991년 마을로 도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토지보상이 이뤄졌던 내용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보상문제로 승주군으로 소송이 걸렸었다"며 "마을이 보관하고 있던 문서덕분에 군이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의 작은 일도 서류에는 남아있었다. 백 이장은 "아버님 또한 서동마을 이장을 지내셨는데 개인별 공금, 금전출납부를 정리한 자료들이 있다"며 "예전에 마을 회관 유리를 1매 파손해서 140원을 물어주고 또다른 사람도 유리를 파손해 140원을 물어준 기록까지 다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체육대회를 할 적에는 부잣집은 300원, 중농가는 200원, 가난한 곳은 100원, 농사를 안지으면 돈을 안걷은 일까지 다 기록돼 있었다"며 "1974년에는 농촌지도소 분소를 만들면서 호당 100원씩 걷었던 기록이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에게 보급되던 못자리 비닐과 농약 등이 몇 마지기 논을 가진 누구에게 분배됐고 주민세와 가구원에 대한 기록도 함께였다.

백 이장은 "마을박물관은 마을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한 '어떻게 하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란 질문의 결과다"며 "서동마을박물관이 작지만 색다른 작은 근대사박물관으로 마을과 함께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순천=심재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