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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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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아열대 식물부터 오래된 나무로 잘 가꿔진 고흥 소록도 중앙공원과 구라탑(求癩塔). 고흥군제공

소록도 연가

이층창집의 세레나데, 그 총각은 어느 곳에서 알콩달콩 늙어갈까 부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층 창집이었다. 무슨 노래였을까? 정확한 기억은 없다. 그는 맞은편 염선화(가명)씨의 방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익숙하지 않은 기타 소리였지만 그런대로 들어줄만한 노래들이었던 것 같다. 컨츄리 음악이 일반화되지 않은 시기였으니 한국동란 직후였을 것이다. 컨츄리 소울, 컨츄리 록 음악 등이지 않았을까? 이때만 해도 세레나데를 실행한다는 것이 무척 어색하지 않았나. 무슨 대학을 다녔다고 했는...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바로 세워져 있다. 뉴시스

재생의 통과의례

범피중류(泛彼中流), 인당수에 이르는 역설의 미학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리 어적이었만은/ 곡중인불견의 수봉만 푸르렀다~(후략) 산천경계를 읊어 내려가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전혀 비장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귀신들을 불러내어 대화하기도 하고 죽음 이후의 일들을 열거하기도 하는 의미심장한 노래다. 심청을 실은 남경장사들의 배가 망망한 바다를 떠나가는 풍경, 범피중류(泛彼中...
강진군의 천년고찰 백련사(白蓮社) 동백림에서 동박새 한 마리가 동백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빨고 있다. 뉴시스

동굴의 노래

가위눌린 꿈, 카오스의 동굴로부터 깊고 어두운 동굴이었다. 시야가 미치는 공간으로만 빛이 들어왔던 것 같다. 동굴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좁고 긴 터널 같은 그 공간에 새 두 마리가 서 있었다. 까마귀 혹은 까치, 그 나이에 인식했던 날짐승들의 총체였을까. 그 새가 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꿈은 스스로의 예지를 그리고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겠기에.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굴 속에서 시작한 나의 울음은 급기야 현실로 돌아와 계속되었다. 어린 가슴을 쥐어짜는 울음소리에 늙으신 아버지와 어머...
다도해.

헤테로토피아의 섬에 서서

산무도적(山無盜賊), 도불습유(道不拾遺), 산에는 도적이 없고 사람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일조차 없다. 홍길동의 율도국(栗島國) 얘기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형조판서인 대사구(大司寇)로 있을 때 한 말이다. 공무원들이 정치를 잘 해서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법을 잘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적은 누구인가? 대대로 권력을 승계 받아 이익을 갈취하는 탐관오리들이다. 종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민중을 현혹하는 지도자들이다. 노력한 대가(代價)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능력을 대접받지 못하는 사...
미크로네시아 핑글랩 아일랜드 아이들의 스틱댄스 재현 장면. 필자 제공

색맹의 섬 핑글랩

망망대해 태평양 한가운데, 고대 해상 유적 난마돌(Nan Madol)이 있다. 미크로네시아 수도 폰페이 남쪽의 테먼(Temwen) 섬에 소재한다. 내가 답사한 2013년, 거의 주목되지 않은 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92개의 인공 섬으로 이루어진 해상 건축물이다. 서기 500년에서 1500년까지 약 천 년 동안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주민족이 세운 사우델레우르 왕조(Saudeleur Dynast...
목포시 항운근로자복지회관옥상에서 본 목포 내항과 유달산. 목포시 제공

부잔교(浮棧橋)의 목포학

배들은 쉽게 포구에 닿지 않았다. 바람과 파도가 많은 날은 더욱 그랬다. 다리가 필요했다. 수줍은 연인 마냥 손을 잡아줄 그 누구, 혹은 무엇인가 필요해서였을까. 문학적 수사 말고 이 관계를 어찌 적절하게 풀어놓을 수 있으랴. 포구 교량, 나는 이렇게 비유하곤 했다. 부잔교(浮棧橋)의 문화학, 물 위에 떠 약간씩 흔들리는 이 시설에 대한 기억은 종종 나를 있음과 없음을 교통하는 세계까지 이끌곤 했다. 물상의 네트워크를 넘어서는 교직의 세계라고나 할까. 눈을 감으면 아스라이 보이는 것들, 아마도...
갈마설화 조형물을 세워놓은 삼향읍 왕산 포구

왕산과 한산촌

나주 삼향포에 몸을 던진 사람들 임진왜란, 충민공 양산숙 일가의 살신성인 얘기가 전해온다. 양산숙은 양응정의 아들이다. 진주성 싸움에서 성이 무너지자 김천일, 최경회, 고종후 등과 함께 진주 남강에 몸을 던져 순국하였다. 이어진 정유재란, 양산룡은 김천일을 도와 의병에 가담하였다. 역부족이었다. 가족들을 피신시키고자 나주 삼향포(지금의 무안 삼향읍)에 이르렀다. 뱃길로 막 떠나려 하는데 왜적들이 나타났다. 그와 어머니 박씨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 모두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1635년(인조 1...
거꾸로 본 동북아지도. 서해와 동해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내해로 위치하고 있다. 동북아 문화정책 연구소 제공

동아지중해와 해륙문명

1997년 6월 15일 뗏목 한 척이 중국 절강성 닝뽀(宁波)를 출발했다. 이름은 '동아지중해호', 17일 만에 전남 흑산도에 도착하였다. 해류와 바람만을 의지한 원시적 항해였다. 중국 동남부 해역에서 한반도로 이어지는 이 길을 사단항로라 한다. 성공적인 탐험을 이끈 학자는 동국대학교 윤명철 교수. 이후 이 공간을 '동아지중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선사시대에도 자연조건이 두 지역 간의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뗏목이 닿았던 흑산도는 서긍(徐兢)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
전신탑에서 바라본 윗당과 아랫당

여서도의 당제

여서도의 당제 윗당, 아랫당, 갯당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마치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 듯, 끝 간 데 없는 하늘만 청청하다. 누가 밀어냈나. 먼 바다 칼바람이 내안(內岸)의 풍경들을 자꾸 밀어 올린 탓이리라. 곧 영등 바람이 딸 혹은 며느리를 데리고 왕림할 것이다.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해왔다. 아마도 수백 년 혹은 반 천년은 되었을 성싶다. 정씨할머니가 밭을 매다 절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풍경(風磬)을 줍게 되었다. 경이롭게 생각하고 그 종(鐘)을 고이 모시게 되었다. 마을 사람...
여수 삼동 매구 . 여수시청 제공

매구(埋鬼) 마당밟이

매구(埋鬼) 마당밟이 서천국 사바세계 해동조선 전라좌도 면은 쌍봉면 아닌가는/ 삼동리 안중도 아니요 가문은 손씨 날생 가문인디/ 이 터 명당 부귀공명 물론이요 자손 발복도 물론이요 소원성취하시고/ 일년 열두 달이면 삼백육십오일 악살희살 모진 놈의 관재구설은 물알로 일시 소멸하고/ 잡귀잡신은 딸딸 몰아 인천 앞 바다에 쳐 너야것소/ 여 버리고 여기서 잠깐 액을 막는디/ 어~루 액이야 어~루 액이야 에라 중천 액이로구나/ 동에는 청제장군 청박게 청활량/ 석갑을 쓰고 석갑을 입고 석활화살을 매달아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