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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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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녹두서점의 오월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녹두서점의 오월

잊지 않기 위하여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
나고시 박물관의 원무 그림

이윤선의 남도인문학>우타아소비(歌遊び)

송가인의 트로트로부터 십여 년 전 내 논문을 통해 주문했다. 한국의 민요를 메이저 무대에 세우는 또 하나의 '하지메치토세' 혹은 판소리기법 그대로 메이저 무대에 승부하는 '아사자키이쿠에'가 출현할 수 있는 인식전환 말이다. 그 대답의 일부를 송가인이 해주었음을 지난 칼럼에 명토박아두었다. 송가인의 트로트가 독창적이라는 언설에 대답이 들어있다. 나는 판소리를 비롯한 남도민요의 독특한 시김새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송가인 열풍이 지닌 사회현상은 따로 분석하겠지만 그 신드롬을 가능하게 한 기술 중의...
고향 기카이지마 해변에서 시마우타를 부르는 샤오리 양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시마우타(島唄)

향수의 노래로 정착한 아마미오시마의 시마우타 송가인의 부상으로 트로트가 때 아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트로트의 시대가 다시 오기라도 한 것일까. 송가인 열풍에 대해서는 여러 평자들이 논의한 바 있다. 대체로 송가인 신드롬, 송가인 현상, 송가인 증후군 등의 카피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송가인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우선 한 자락 깔고 가겠다. 송가인의 엄마는 왜 무당이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본 지면에 소개했던 것도 참고할 만하다.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할 터인데 우선 일본의 시마우타를 거론해...
곡성 섬진강변에 있는 도깨비마을과 숲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도깨비의 고향

장면 하나. 도깨비와 씨름을 했다. 도깨비의 키는 장대보다 더 높았다. 밤새 씨름을 하다가 마침 꾀가 생각났다. 도깨비는 왼다리가 약하다고 하더라. 냅다 왼다리를 발로 찼다. 그랬더니 실제로 도깨비의 키가 쑥쑥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람 키 정도로 작아졌을 때 안짱다리를 걸어 자빠트렸다. 이겼다. 마침 나무숲에 있는 큰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도깨비를 나무에 묶고 옆에 있는 칡 줄로 칭칭 동여매두었다. 마을로 돌아왔다. 아침이 되니 어젯밤 씨름하던 도깨비가 궁금했다. 동구 밖을 지나 씨름하던 마을...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였던 무송 박병천 선생. 뉴시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당골 박병천

뼛속만으로는 부족하여 누대를 이어/ 무(巫)를 받아 무(舞)를 전하네/ 온몸이 악기요 숨마저도 춤이라/ 보면 흥이요 들으면 눈물겨워/ 백 년을 기다려야 님의 모습 보려나/ 창자를 우려내어 토하는 소리는/ 시김마다 처량하고 마디마디 슬픔이네/ 한(限)도 연(緣)도 혜량할 수 없는데/ 사자의 귀성인가 절절함 끝이 없고/ 그리움 소름 돋아 그대 넋이 분명코나/ 팔 벌려 비켜서면 바람도 긴장하고/ 디딤은 거침없어 눈부시게 맵시 나네/ 두 손의 쌍채는 신명의 여의주인가/ 사위는 차고 자취는 현란한데/ 일...
1872년 지방도의 상마도, 중마도, 하마도(육지쪽이 백방산, 출처 abot 섬) 복사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망부암(亡夫巖)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해남과 진도를 가르는 만호 바다에 일군의 섬이 떠 있다. 세 마리의 말을 닮았다 해서 삼마도(三馬島)라 한다. 모양만으로 지어진 이름일까? 해남 화산 중정리라는 마을에 말이 울었다는 마명산(馬鳴山)이 있다. '물이 운다' 혹은 '돈다'는 울돌목(한자 표기로 鳴梁이라 한다)을 연상하게 해준다. 명량(鳴梁)해협으로 이름 나 있는 해남과 진도의 좁은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마치 말이 건너뛸 만한 거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말이 날아갈 만한 거리일 수도 있고. 해남...
해남 갈대밭 2019. 10월, 이윤선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시월의 마지막 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 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 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 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잊혀진 계절, 박건호가 노랫말을 짓고 이범희가 곡을 붙여 이용이 불렀다. 본래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다고. 조영남과 계약이 틀어져 가수 이용에게 넘어가면서 시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나. 언제부턴가 계절가(季節歌)가 되어버린 명곡...
재원도 군도 풍경

이윤선의 남도인문학>재원도의 당(堂)

큰 섬 안의 작은 섬, 그 안의 한 세계 '허사도', '진아섬', '비개섬', '뛰섬', '노래기섬', '갈미섬', '칡섬', '치마섬', 무수한 이름들이 이어진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섬 이름들, 부남군도를 이루는 섬 이름이다. 부남군도? 생소한 이름을 뒤적이니 재원도의 부속 섬임을 알겠다. 재원도는 또 어디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섬들의 행렬, 신안군 임자도에 딸린 섬이다. 큰 섬 안에 작은 섬이 있고, 작은 섬 안에 또 작은 섬이 있다. 진도의 조도(鳥島)가 마치 새떼들이 내려앉은 모양이...
바람의 계절 곧 지날 것이다. 필부들 노래했듯, 한 점 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마음, 모퉁이 돌아드는 작은 바람에도 마음 졸이는 그 두려운 마음 담아 신풍서기(新風棲記)를 삼는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신 풍서기(新 風棲記)

"매번 바람이 서남쪽으로부터 불어와서 계곡을 진동시키고 숲을 흔들며 모래와 흙을 날리고 물결을 일으켜서 강을 거슬러 동쪽으로 갔다. 문을 밀치고 문설주를 스치며 책상을 흔들고 방석을 울려서 윗목 아랫목 사이에 항상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손책(孫策)이나 이존욱(李存勖)이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까마득히 넓은 들판에서 싸움을 벌일 때, 외로운 성과 보루가 그 날랜 선봉 부대를 딱 맞닥뜨린 형세였다. 온 힘을 다해 적의 예봉을 막지 않은 채 군대가 지나가도 베개를 높이 베고 즐겁게 지낼 사람은...
민속마을로 이름 난 진도군 소포리 민속전수관에서 노래하는 아주머니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흥그레소리

혼자 부르는 노래와 여럿이 부르는 노래에 주목하는 이유 중장년층에게는 노래방 풍경이 낯익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상태라면 더욱 흥겹다. 마이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일종의 겨루기다. 봄, 가을에 연행하는 야유회, 소풍놀이 등도 포함된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풍경은 더욱 선명해진다. 노래 경쟁은 인류 보편이다. 경쟁은 경쟁이지만 싸움하고는 다르다. 이 상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술이 '겨루기'와 '끼어넣기'다. 이 논의는 혼자 부르는 노래와 여럿이 부르는 노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