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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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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바람의 계절 곧 지날 것이다. 필부들 노래했듯, 한 점 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마음, 모퉁이 돌아드는 작은 바람에도 마음 졸이는 그 두려운 마음 담아 신풍서기(新風棲記)를 삼는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신 풍서기(新 風棲記)

"매번 바람이 서남쪽으로부터 불어와서 계곡을 진동시키고 숲을 흔들며 모래와 흙을 날리고 물결을 일으켜서 강을 거슬러 동쪽으로 갔다. 문을 밀치고 문설주를 스치며 책상을 흔들고 방석을 울려서 윗목 아랫목 사이에 항상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손책(孫策)이나 이존욱(李存勖)이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까마득히 넓은 들판에서 싸움을 벌일 때, 외로운 성과 보루가 그 날랜 선봉 부대를 딱 맞닥뜨린 형세였다. 온 힘을 다해 적의 예봉을 막지 않은 채 군대가 지나가도 베개를 높이 베고 즐겁게 지낼 사람은...
민속마을로 이름 난 진도군 소포리 민속전수관에서 노래하는 아주머니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흥그레소리

혼자 부르는 노래와 여럿이 부르는 노래에 주목하는 이유 중장년층에게는 노래방 풍경이 낯익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상태라면 더욱 흥겹다. 마이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일종의 겨루기다. 봄, 가을에 연행하는 야유회, 소풍놀이 등도 포함된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풍경은 더욱 선명해진다. 노래 경쟁은 인류 보편이다. 경쟁은 경쟁이지만 싸움하고는 다르다. 이 상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술이 '겨루기'와 '끼어넣기'다. 이 논의는 혼자 부르는 노래와 여럿이 부르는 노래의 ...
지난 9월 22일 제17호 태풍 '타파'가 빠르게 북상중인 가운데 경남 남해군 상주은모래비치 해변에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뉴시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소금비

태풍을 타고 날아온 소금비(鹽雨) 짜디짠 비가 억수로 내렸다. 바람 또한 크게 일었다. 솟구쳐 오르는 파도가 하늘 끝에 닿았는지 모르겠다. 그 끝으로부터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비는 차라리 바닷물이었다. 염우(鹽雨), 곧 소금비가 이내 갯자락 들판을 뒤덮어버렸다. 다산시문집 제17권 기사로 풀어본 풍경이다. 소금비, 이로 인한 피해를 염해(鹽害) 혹은 염풍해(鹽風害)라 한다. 근대기에는 제방의 붕괴 등으로 인한 바닷물 침수 탓이 크지만 본래 태풍 따위의 영향을 말한다. 바닷바람이 실어온 소금물...
Japan Monthly Web Magazine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나마하게(ナマハゲ)

아키타현의 도깨비 축제(나마하게 마쯔리) 일본의 아키타현에 나마하게(なまはげ)라는 신격이 있다. 딱히 대입할 만한 우리 신격은 없다. 다만 나마하게 자체를 오니(鬼)로 인식하기 때문에 굳이 비교한다면 도깨비다. 2018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나는 10여 년 전 아키타현은 물론 홋카이도에서 큐슈까지 오니 관련 답사를 한 적이 있다. 아직 논문으로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현지 정보들을 갈무리해두었기 때문에 차차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키타현 오가시(男鹿市)에서 대표적인 축제...
진도 지산 소포리 아랫당제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한중일 남도의 성소

중국 남도(南島)의 성소(聖所)와 신격(神格) 오래 전, 내가 집중적으로 답사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중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지역이 주산군도(主山群島)다. 북경을 기준 삼으면 남도라 부를 수 있다. 이곳 승사도(嵊泗島)와 사치도(蝦峙島), 보타도의 사묘(寺廟)들을 2년여 조사 연구했다. 동중국의 섬 밀집지역에 있는 섬들. 우리처럼 공도정책 이후 입도자들에 의해 재형성된 곳이다. 승사 열도의 역사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명나라와 청나라 초기 두 번의 큰 이민이다. 명나라 홍무 20년(138...
이윤선 (사)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송편 빚는 추석

으레 추석이면 송편을 빚는다. 조리하는 것이 아니다. 담그는 것도 아니다. 짓는 것도 아니다. 어떤 형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도자기 따위를 만드는 일, 송편이나 만두, 경단을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음식 자체보다는 형태나 형상에 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에밥과 누룩을 버무려 술을 만들 때도 빚는다 한다. 어떤 현상이나 결과를 만드는 것을 이르는 용어로도 쓴다.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빚다'의 용례가 보인다. 적어도 600여년 이상 사용해온 말이다. 도자기 등 어떤 형태를 빚는 것, 술...
남도의 땅끝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땅끝

수정문 밖 썩 나서, 고고천변 일륜홍 부상으 둥실 높이 떠, 양곡의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다. 노화는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 펄펄 날아든다. 동정여천에 파시추 금성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저리 저리요리 앙금 둥실 높이 떠 동정, 사면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요 파광은 천일색인데, 천외 무산 십이봉은 구름 밖으 가 멀고, 해외 소상의 일천리 눈앞에 경이로다. 오초는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
남도민속연구 37 표지-앞뒤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남도문화 연구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원에서 펴내는 '호남문화연구'(2019년부터 '호남학'으로 변경)가 주목된다. 호남이라는 용어를 표방한 대표적인 연구단이 펴내는 학술지라는 점에서 그렇다. 2013년에 5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호남학 연구 50년의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여기에서 호남의 문학과 민속, 역사와 사회, 철학과 사상, 문화와 예술, 도서문화 연구, 지리산권 문화연구, 전북지역 연구, 제주지역 연구 현황과 국제화 방안을 도출했다. 2019년 현재 65호까지 발간하면서 ...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남도인문학’에 대한 변명

'남도인문학'을 주창하고 기획칼럼을 써온 지 4년이 지났다. 100회분을 중심으로 남도정신이란 무엇인가, 광주정신이란 무엇인가 등을 소결로 다뤘다. 왜 이름도 빛도 없는 민중들 그리고 여성의 이름을 표방했는지에 대해. 개펄과 남도산하의 풍광을 들어 이야기와 노래와 몸짓들을 이야기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기왕의 철학론이나 문학론을 고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무엇이 나로 하여금 아래로부터의 사람 사랑에 대한 휴머니즘을 말하게 했는지를. 권위 있는 인물이나 치적 높은 작품들을 거론하기보다는 촌...
1973년 5월. 진도의 어느 마을 노래판, 이토아비토 촬영

이윤선의 남도인문학>가요와 민요

민요(民謠)라는 용어는 언제 생겼나 한자어 '민요(民謠)'는 성종실록에 한 차례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민요'보다 '민속가요'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세종실록, 성종실록, 중종실록, 명종실록, 효종실록에 각 1회씩 5회 출현한다. 지배 권력을 갖지 못한 백성들이 불렀던 노래를 지칭하는 개념어는 민요가 아닌 '이요(俚謠)'였다. 속된 노래라는 뜻을 갖는 '이요'는 한자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한글로 지어 부른 노래를 지칭하는 말이라 해석된다. 배인교가 '일제강점기 민요의 개념사적 검토'라는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