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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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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돈삼의 노거수여행

이돈삼의 노거수여행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지난 겨울 이맘때였다. 짙푸른 빛깔의 윤기가 흐르는 이파리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두꺼운 이파리 사이로 얼굴을 내민 가시가 유난히 뾰족해 보였다. 빨갛게 콩알만 한 열매가 무수히 달린 송이에도 솜사탕 같은 눈이 포개졌다. 짙푸른 이파리와 빨강 열매, 하얀 눈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뤘다. 한없이 탐스러웠다. 한낮의 햇살에 눈이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방울도 아름다웠다. 그 풍경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았다.광주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에서다. 호랑가시나무는 양림산의 남쪽 기슭, 수피아여고 뒤편에서 자...

순천 송광사 불일암 향목련나무

'뜰 가에 서 있는 후박나무가 마지막 한 잎마저 떨쳐버리고 빈가지만 남았다. 바라보기에도 얼마나 홀가분하고 시원한지 모르겠다. 이따금 그 빈 가지에 박새와 산까치가 날아와 쉬어간다.(중략) 떨쳐버리고 빈 가지로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떨쳐버릴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법정스님 글 '버리고 떠나기' 중) 법정스님은 1932년 해남 우수영에서 홀어머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전남대에 다니던 중 출가했다.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를 사회운동으로 승...

해남 대흥사 연리목

가을은 '슬픈 계절'로 통한다. 슬픈 계절에 만나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대중가요의 영향이 크다. 가을을 노래한 가수들의 목소리도 애달프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찾아간 곳은 해남 두륜산 대흥사다. 절집에는 늦게 시작된 단풍이 아직 머물러 있다. 올 가을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다. 가을의 뒤태가 여전히 매혹적이다.계절 탓일까. 절집에서 유별나게 눈길을 끄는 게 연리목(連理木)이다. 정확히 말하면 뿌리가 붙어 있는 연리근(連理根)이다. 대웅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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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600년… “나무가 죽으면 가문도 쇠락할 것”

사당이 왁실덕실하다. 평소 주말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봤다. 마당극을 하고 있다. 마당도 지금껏 봤던 것과 사뭇 다르다.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에 서서 연극을 하고 있다. 의병장 고경명을 주제로 한 ‘이머시브 공연’이다.지난 3일, ‘괘고정수’를 찾아가는 길에 들른 포충사에서다. 안내장을 살펴보니 ‘문화가 있는 날’ 행사다. ‘대촌에서 향약과 놀자’를 주제로 하고 있다. 포충사는 학창시절 소풍장소였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고경명 부자와 유팽로 등을 모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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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역사 묵묵히 견디며 마을과 함께한 ‘이순신 나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시 ‘향수’가 떠오른다. 금세 이동원의 목소리로 들려온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김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에 선율을 그린 동요도 절로 흥얼거려진다. 고샅을 뉘엿뉘엿 하늘거린다. 돌담에 햇발이 속삭이고, 하늘에는 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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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살에도 새싹 틔워… 세 그루 한데 어우러져 일군 숲

사람이 나이 들어 늙으면 아프기 십상이다. 병원에도 자주 오간다. 병이 깊어지면 시름시름 앓다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게 섭리다. 나무도 매한가지다. 비바람에 가지가 가리가리 찢겨지고 여기저기 부러진다. 속도 썩는다. 외과 수술을 받아 지탱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나무는 다르다. 지난 겨울의 혹독했던 추위도 거뜬히 이겨냈다. 같은 나무들이 많이 말라 죽어 안타깝게 하는 것과 대비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가 튼실하다. 말라 죽은 나뭇잎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파리가 하나같이 파릇파릇하다. 지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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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바다로 가는 모습 지켜본 ‘세월의 더께’ 묻어나

421년 전, 1597년 이맘때였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경상우수사 배설에게 전령을 보내 남은 전선을 이끌고 군학마을의 군영구미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는 전라도 내륙에서 군사와 무기를, 연해안에서 군량을 확보하는 이순신의 전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했다. 8월 15일(양력 9월25일) 추석날,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에 의지해 싸우라는 조정의 수군철폐령에 맞서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로 요약되는 장계를 쓴 직후였다.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나아가 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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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내 진분홍빛 유혹… 간지럼 태우면 흔들흔들

정이품송(正二品松)을 닮았다. 나무의 모양새가 삼각형을 하고 있다. 흡사 우산이라도 펼쳐놓은 듯하다. 삼각 모양의 품새 아래로 기둥이 반듯하게 뻗어있다. 골골이 확연한 나무의 기둥이 우산의 손잡이 같다. 잘 생겼다. 키도 훤칠하다. 7m는 족히 돼 보인다. 허리둘레는 2m 남짓. 가만히 두 팔을 벌려 안아봤다. 손끝이 서로 닿지 않는다. 나무의 결도 매끈해 보인다. 훌훌 벗어던진 나무껍질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나뭇가지를 아슬아슬 붙들고 있는 자태가 매혹적이다. 꽃도 진분홍 빛깔로 아름답다.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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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고도 500년 산 나무 ‘氣’ 받으러 갈까

‘소원을 말해봐! 니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봐/니 머리에 있는 이상형을 그려봐. 그리고 나를 봐/난 너의 Genie야 꿈이야 Genie야(중략) 그래요 난 널 사랑해. 언제나 믿어/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 난 그대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행운의 여신/ 소원을 말해봐!’‘소녀시대’의 노래 ‘소원을 말해봐!’가 흥얼거려진다. 살포시 눈을 감고 행운의 여신에게 나지막이 소원을 빌어본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벼락 맞은 팽나무 아래서다. 나무는 나주 목사내아에 있다. 덩치도 크지만 나이가 50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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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간 나무.삼부자 나무… 한 그루도 드문데 군락 이뤄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다가오고 있다. 독기를 품었던 여름이 시나브로 착해지고 있지만, 막바지 무더위는 여전히 지독하다. 바닷바람 넘나드는 섬이 그립다. ‘에어컨 바람’이 부는 섬으로 간다. 진도 접도다. 남도땅 진도를 생각하면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아니다. 생각보다 시원하다. 햇볕을 비추는 일조시간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조시간이 가장 많은 지역이 충남 부여와 경북 칠곡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3000시간에 이른다. 전국 평균은 2400시간이다. 진도는 180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