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남 정책과장 |
이렇게 ‘어공’이 된 사람들은 그동안 밖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열심히 한 활동가들이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거나 정치적인 영역에 포진돼 있다. 교육계에도 그동안 노조 활동이나 필드에서 집회, 시위, 교섭 등의 소위 필드 전문가들이나 승진을 초월(?)해 교육전문가로서 살아오던 이들이, 어느 날 교육청이나 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겨 책임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선거나 특정 계기로 밖에서 안으로 던져진 ‘개밥에 도토리(?)’들이거나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다른 집단에서 스카우트된 자들이다. 한마디로 링 밖에서 사각의 링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시스템 밖에서 체제 안으로 던져진 사람들. 그들에게는 숙명적인 과제가 있는데 필드의 야성을 유지하고 내부 체제를 혁신하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사각의 링에서 글러브를 끼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먹을 이용해 상대를 타격하여 쓰러트리는 경기를 복싱 경기라 한다. 어느 날 큰 글러브를 끼고 거들먹거리며 나타난 선수가 있으니 언급한 속칭 ‘어공’들이고 시스템 내부로 던져진 자들이다. 밖에 있을 때 하고 링 안에서 선수로 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 회전을 마치는 공이 울리면 중립지역으로 돌아가야 하고 발로 차도 안되고 머리로 헤딩해도 안되고 특정 부위를 때려도 안된다. 대표선수라고 뽑아서 보낸 이들은 밖에서 이 광경을 보면서 답답해한다. 아니 공이 울렸다고 싸움을 멈추면 어떻게 하냐, 언제부터 그렇게 신사적으로 싸웠냐, 들이받아라, 반칙을 사용하더라도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결국은 풋 웍이나 클린치, 커버링 기술 등을 갖추지 못한 채 코피만 흘리고 처맞고 내려오면 링 밖에 있는 이들은 설상가상으로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척해가 지고 싸움이 되겠냐,내가 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면서 소금을 뿌려댄다. 얻어맞고 씩씩거리고 있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상대편보다 응원하는 아군이 더 밉게 보인다.
링 안은 내부의 논리가 있다. 일단 그 논리를 잘 체득하고 내부 논리로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연후 내부 룰을 바꿀 수 있다. 선수(내부자)가 관중(외부자)인척하고 관중이 선수인척 하면 안된다. 외부자는 내부자 고충을 이해하고 내부에서 힘을 잃지 않게 지지해야 한다. 내부자에 유연성의 지혜를 제공하여 살아남을 수 있게 해야 하고 내부자는 외부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며 내부에서 혁명적으로 싸우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내부자보다 더 내부자답고 외부자보다 더 외부자의 야성을 유지해야 한다. 외부자의 임무는 늘 링 안으로 새로운 선수를 들여보낼 준비를 해야 하고 내부자는 체력이 다 되었을 때 내려올 줄 알아야 한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싸운 선수를 격려할 줄 알아야 하고 답답하지만 끝까지 믿어준 외부자들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이시간 내부자들은 누구고 외부자들은 누구인가. 어제까지 내부자가 외부자가 될 수있고 외부자가 내부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되고 싶은 자는 링의 논리를 우선 체득, 살아남아야 한다. 링 안의 제1 법칙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링으로 출근하고 링 밖으로 퇴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