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권범 부장 |
근대적 형태의 대중목욕탕은 1924년 평양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당시 행정관청인 부(府)에서 직접 목욕탕을 운영했으며 관리인도 따로 임명했다고 한다. 이듬해인 1925년 서울에서도 대중목욕탕이 첫 선을 보였다. 광복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위생관념이 강조되면서 대중목욕탕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영업허가를 위한 시설 규정이 제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휴식기능을 겸한 목욕문화가 태동했다.
목욕탕업은 이후 2000년대까지 고속 성장을 이어왔고 대규모 사우나와 찜질방 시설로도 확장됐다. 세태를 반영하듯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대중목욕탕씬이 빠지지 않았고, 1990년대 중반 방영된 TV 주말연속극 ‘목욕탕집 남자들’은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한국의 대중목욕탕은 가족, 친지, 이웃간 목욕을 하면서 정을 나누는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어릴 적 아빠나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목욕탕에 가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추억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터이다. 또 개운해진 몸으로 목욕탕 문을 나서며 마셨던 요쿠르트와 바나나우유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그런데 대중목욕탕이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주거문화 변화 등 시대 흐름과 코로나19 장기화 사태가 맞물린 탓이다. 코로나 유행 기간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나 싶으니 이젠 치솟은 가스와 수도, 전기 요금이 덜미를 잡았다. 대중목욕탕은 업종 특성상 하루 온종일 보일러와 난방을 돌려야 하는 데 연료비와 전기료가 급등하고 손님은 갈수록 줄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곳이 많아졌다. 코로나 발생 직후인 지난 2020년 2월 이후 전국적으로 1000곳 가까운 대중목욕탕이 문을 닫았다는 통계도 있다. 막대한 철거 비용 부담에 폐업을 하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인 목욕탕도 부지기수다.
단순히 세신(洗身)을 위한 공간을 넘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대중목욕탕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