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의 ‘꼼수’ 현수막 기승…시민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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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정당들의 ‘꼼수’ 현수막 기승…시민 불만 고조
옥외광고물법 개정 강력 단속
규정 어긴 정당 현수막 여전
“필수 홍보수단 추가 게시도”
도심미관 저해·안전 위협 지적
“표현의 자유 확대 대체수단을”
  • 입력 : 2025. 02.27(목) 18:46
  •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광주 광산구가 지난 17일 호남대 앞에 설치된 불법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광주 도심 곳곳에 내걸린 정당 현수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당들은 현수막이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며 적극 활용하는 반면, 시민들은 무분별한 게시로 인한 안전 문제와 미관 훼손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당들의 ‘꼼수’ 현수막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면서 정치권이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시민들의 불편과 환경 문제를 고려한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으로 불법 현수막의 난립이 줄어들었지만, 정당 현수막은 여전히 곳곳에 걸려 있다.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의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어 규제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 정당이 15일 동안 지정된 장소에 두 개의 현수막만 걸 수 있지만, 일부 정당들은 이를 무시하고 규정을 위반한 채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접수된 현수막 관련 민원은 520건에 달하며, 이 중 42건이 정당 현수막 관련이다. 광산구는 지난 12일 정당 현수막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 총 50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40개, 자유민주당 2개, 기독당 2개, 국민대통합당 2개, 새미래민주당 2개, 기본소득당 1개, 정의당 1개 등이 적발됐다.

정당들은 현수막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며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은 정당 홍보에 필수적인 도구다. 지정게시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추가로 게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소수정당들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한 홍보수단으로 현수막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의 한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은 정당 홍보의 좋은 수단이다. 최근에는 유행을 반영한 이색적인 디자인과 문구를 접목시켜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정게시대만 활용해 정당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도 내거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불법 현수막이 도심 미관을 저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며 환경을 해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시민들의 보행이나 시야 확보를 어렵게 하는 현수막은 안전 문제를 일으켜 왔다. 미관상으로도 문제다. 도심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정치 현수막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소각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해 정당들이 먼저 나서서 현수막 활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현수막 규제가 정당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은 현수막 밖에 없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데 좋은 수단인 만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며 “현수막이 문제가 된다면, 정당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이에 대한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정치 홍보를) 무리하게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