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국경과 이념 극복할 때 가장 빛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예술은 국경과 이념 극복할 때 가장 빛나"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인터뷰
내달 6일 3년 임기 마치고 퇴임
재단서 15년간 다양한 사업 펼쳐
음악 전공, 예술인과 소통에 도움
청년작가·예술단체 등 지원 사업
"장기적 창작 프로젝트 추진 필요"
  • 입력 : 2025. 02.27(목) 18:39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다음달 6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문화예술은 고독한 천재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삶의 활력과 위로를 건네는 게 재단의 역할이다.”

다음달 6일 퇴임을 앞둔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27일 전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날 임기 기간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폭우로 프린지페스티벌이 취소될 상황에서 시민들이 비옷을 걸쳐 입고 공연을 기다렸고 이에 예술가들은 혼신의 열정을 쏟은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우천 속에서도 환하게 웃는 시민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며 “이 외에도 일본 시민배우 극단을 광주로 초청해 선보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여성을 다룬 봉선화 연극 공연, 광주에서 대지진 피해를 본 센다이시를 돕기 위해 ‘Sendai, Our Friend’라는 주제로 개최한 자선음악회, 5·18민주화운동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 기념행사,‘쟈스민 광주’ 작품으로 에딘버러 축제에 참가해 5스타를 받았던 기억, 2022년 5월 ‘우크라이나 피난 고려인 동포 돕기 SAVE &HUG 자선음악회’를 통해 기부금 전달 등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광주문화재단의 창립과 함께 이곳에서 15년간 몸담으며 문화사업실장, 빛고을시민문화관장, 청렴감사실장, 전통문화관장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고 지난 2022년 3월 사무처장으로 부임했다. 그간 △목요콘서트 △프린지페스티벌 △아트광주 △문화예술교육 △전통예술공연 등으로 광주시민에 문화예술 향유를 제공했고 예술단체를 위한 행정적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 광주문화재단의 고유목적 사업인 예술지원사업에서 공정한 지원금 편성과 심사가 이뤄지도록 노력했고 일부 분야의 장르가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도 힘썼다. 아울러 신진·청년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 방안을 추진해 지역 청년들이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기여했다.

그는 “청년예술인은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이며 자산이다. 청년예술인의 역량을 키우고 열정을 발산할 무대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며 “그간 기회청년예술인 창작지원, 청춘문화누리터 사업, 문화일자리 사업, 레지던스 공간지원,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의 이러한 활동은 그간 축적된 음악적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전남대 음악과, 단국대 대학원 음악과 석사,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대학교 교수 등을 거치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해온 바 있다. 음악을 전공하고 예술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그는 광주문화재단에서 모든 분야의 예술인들과 적극 교류했다. 특히 그의 전공과 연계한 경험은 예술인과 예술행정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처장은 이날 광주문화재단의 향후 발전을 위한 목소리도 냈다.

그는 “재단의 조직·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의 역량도 성장했지만, 시기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며 “지원사업의 예산 증액과 세분화를 통한 각 예술 분야에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지원 모델 개발도 중요하다. 예술인들에게 단기적인 보조금 외에도 장기적인 창작 프로젝트 지원과 멘토링, 네트워크 제공 등을 할 수 있는 간접 지원 형태의 모델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시민들이 주도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과 국립아시문화전당(ACC) 개관 10주년과 연계한 문화도시 사업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재직 기간 광주성악콩쿠르를 발전시켰고 장애인권리보장 조례제정, 예술인권리보호조례 제정 등을 통해 사회적 공헌에도 힘썼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율성에 대한 정치논쟁으로 광주성악콩쿠르가 중단된 것은 그에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꾸준히 광주에서 개최된 ‘정율성음악축제’는 윤석열 정부의 예산 미반영으로 지난해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다. ‘정율성음악축제’에서 선보인 광주성악콩쿠르 또한 지난 2023년을 끝으로 중단된 실정이다.

그는 “광주성악콩쿠르는 그간 국내의 수많은 우수한 성악가를 배출한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며 “예술은 국경과 이념, 세대 갈등을 극복할 때 가장 빛난다. 결국 이념에 사로잡혀 예술의 가치에 대한 존중과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을 저버린 사회 분위기가 해당 사업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광주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후배 직원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즐겼으면 한다. 업무 효율이나 숙련도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광주시민을 위한 문화 사업이 있다면 적극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또한 “예술인과 문화향유자인 시민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하며 신뢰를 쌓고 문화예술 행사와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사무처장으로서 3년의 임기를 마친 그는 예술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김 사무처장은 “잠시 가족과 여행도 가고, 연주회도 틈틈이 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정들었던 광주문화재단을 떠나지만, 예술인으로서 삶과 문화 현장을 누비는 생활은 계속할 것이다. 꾸준히 예술인들과 소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가치 확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