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었지만…처절했던 전남의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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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잃을 것 없었지만…처절했던 전남의 120분
FA컵 16강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과 대등한 승부
이장관 감독 “홈 팬들 앞에서 포기할 수 없었어”
  • 입력 : 2023. 05.25(목) 17:40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전남드래곤즈 선수들이 24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16강 울산현대와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 1-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모습. 전남드래곤즈 제공
‘FA컵 강자’ 전남드래곤즈가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현대를 맞아 처절한 승부를 펼쳤다. 전남은 교체 카드 3장 중 2장을 부상으로 소모하며 후반 막판부터 선수들이 쓰러져 나갔고, 결국 FA컵을 16강에서 마무리했다.

전남드래곤즈는 지난 24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 2023 하나원큐 FA컵 16강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골키퍼 김다솔이 경기 시작 직후 종아리 부상을 호소하며 빠졌고, 센터백으로 출전한 조지훈 역시 후반 중반 고통을 호소하며 실려나간 여파가 컸다.

전남은 후반 중반까지 상대를 압도했다. 전반에는 사실상 원사이드 게임을 펼쳤고, 후반 중반에는 하남의 선제골로 상대를 코너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교체 카드 3장 중 2장을 부상으로 날린 전남은 후반 막바지부터 연이어 선수들이 쓰러졌다. 이후권도 통증을 느끼며 연장전에 나서지 못했고, 무려 세 번을 쓰러진 아스나위를 비롯해 하남도 다리를 떼지 못했다.

패배했지만 전남의 경기력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자이언트 킬링 목전까지 갔고, 상대 팀인 울산의 홍명보 감독 역시 “그나마 상대 팀 선수들이 몇 명 빠지고 난 다음에야 여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장관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는 다음에 대한 걱정으로 마냥 웃지 못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을 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실점을 했고 선수들은 계속 쓰러지는 상황에서 사실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그르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감독의 말대로 이날 드래곤 던전에는 전남의 강등 이후 최다인 7330명의 관중이 입장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크리에이터 감스트와 국가대표 조현우,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 등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들에게 인상 깊은 경기력으로 다시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자극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감독은 “부상을 당한 선수가 많았고 근육 경련으로 더 이상 뛸 수 없는 선수들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선수들은 악에 받쳐서 더 하고 싶어 했다. 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전남이 앞으로도 추구해야 할 모습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면서도 “오늘 경기를 뛴 선수들이 빨리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 로테이션을 어느 정도 돌렸기 때문에 남아있는 선수들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선제골을 터트린 ‘승부욕의 화신’ 하남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감독은 “하남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하고 있기도 하다”며 “K리그에서 가장 좋은 팀 울산, 아주 좋은 골키퍼 조현우를 상대로 득점했기 때문에 더 발전할 것 같다”며 “오늘 경기가 하남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덕담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