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정다은> 5·18민주화운동, 시민·국민과 함께 우뚝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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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정다은> 5·18민주화운동, 시민·국민과 함께 우뚝 세워야 한다
정다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02.05(일) 14:08
정다은 광주시의원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해 5·18과 참가자를 모욕하고 오월정신을 훼손한 지만원이 지난달 16일 구치소에 수감됐다.

필자는 시의원이 되기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회원이자 광주 변호사로 약 7년간 5·18을 공격하는 세력에 법률 대응을 해왔다. 필자뿐만 아니라 광주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지만원 등 역사 왜곡 세력을 상대로 거의 매년 소송을 진행했는데, 이처럼 오월정신을 지키려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모여 마침내 지만원이 법의 심판을 받고 수감됐다.

그러나 필자는 충분히 기뻐할 수 없었다. 지만원을 지지하고 그의 활동을 따라하는 새로운 역사왜곡 세력이 매일 같이 생겨나고, 지만원이 물어내야 할 손해배상소송의 판결금은 그의 망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낸 후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은 5·18이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였다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온 국민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광주가 지켜본 그날의 판결이 80년 5월 광주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을 왜곡하고 오월정신을 흔드는 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났고 결국 2021년 1월에는 5·18역사왜곡처벌법까지 시행되게 됐다. 5·18을 지켜내기 위해 아직도 온 힘을 다해서 맞서 싸워야 하는 광주… 이런 내 고향 광주가 참으로 애달프다.

필자는 광주의 오월정신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추앙받는 존재로 우뚝 서기를 소원한다. 그러나 그 길은 무척 고될 것으로 보인다. 5·18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1980년 5월의 광주,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과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5·18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해마다 5월이면 광주에서는 5·18기념식을 비롯해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그 행사를 지켜보는 광주시민이나 국민들의 속내는 다소 복잡해 보인다.

동향의 사람들이 겪었던 살을 에는 그 고통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세상살이가 어렵다 보니 한정된 자원이나 기회가 5·18 당사자에게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의문을 가슴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또 광주 밖으로 나가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치적인 목적과 이익을 위해 이념대립을 계속하는 자들에게 5·18은 공격하기 좋은 먹잇감이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좋은 소재다. 그들은 국민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 파고 소금을 뿌려댄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로 가해지는 공격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5·18이 돼야 다음 세대에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우리는 5·18이 국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오월정신을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와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5·18은 몇몇 광주시민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란 굳이 번거롭게 논의와 협의의 과정을 거쳐 모두의 의견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51%의 찬성만 있으면 마치 그것이 정당하고 정의로운 최선의 결정인 것처럼 힘을 갖는다. 하지만 5·18에 관한 결정만큼은 ‘번거롭고 복잡하더라도’ 시민의 의견을 모두 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5·18에 대한 무관심과 공격은 관심과 공감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소중한 민주주의 정신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6월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진상조사의 결과를 담은 국가보고서가 공개된다. 국가공인보고서의 발표를 목전에 둔 지금은 광주만의 5·18이 아닌 우리 모두의 5·18로 도약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필자는 시민과 함께 굳건한 5·18을 위해 느리지 않은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