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학교 놔두고”…수년 째 ‘원거리 고교 배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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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집 앞 학교 놔두고”…수년 째 ‘원거리 고교 배정’ 왜?
광주, 2013년부터 현 방식 고수
10여년간 제자리…해법도 난해
땅값 차이 커 학교 이설도 불가
타 시도, 강제로 배정 방식 형태
“지역사회 논의 위해 공청회 열 것”
  • 입력 : 2023. 01.25(수) 18:01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시교육청 전경
2023년에도 광주 지역 일부 예비 고등학교 1학년들이 원거리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수년 째 이어져 온 현행 일반고 배정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현실적으로 학교 통폐합·이설 등이 쉽지 않은 만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2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고등학교 평준화 일반고’ 배정 결과 예비 고등학교 1학년 1만2745명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본인 거주지에서 먼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북구나 서구 소재 고등학교로 배정되면서, 해당 지역 학생들이 남구나 동구 소재 고등학교로 밀려난 것이다.

광산구 내 고등학교 부족이 야기한 연쇄적인 현상인데, 집 앞에 고등학교를 두고 멀리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다.

현재 광주시교육청은 평준화 일반고 관련 임의 배정 없이 지원자가 선택한 희망 학교 중에서 100% 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출신 중학교에서 배정 가능한 고등학교 가운데 희망하는 곳을 써 내면, 무작위 전산 추첨(성적 등급 고려)하는 방식이다. 선지원에서 정원의 20%, 후지원에서 정원의 80%가 배정된다. 무작위 전산 학교 간 성적 등급 별 인원 차이를 최소화 하고, 지리정보시스템에 따른 통학 가능 고교에 배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약 10년 가까이 유지해 온 해당 방식이 원거리 통학 문제를 해마다 반복시킨다는 지적이 인다.

특히 지역별 인구 증감 등 변화 추이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당장 내년도부터 해당 방식으로 고교 신입생 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광산구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데 비해 동구의 인구는 부족해 연쇄 밀림 현상을 막기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광산구는 배정 대상자가 4326명으로 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지만, 고등학교가 11개 밖에 없고 고교 정원 역시 3370명밖에 되지 않는다. 956명이 다른 자치구에 있는 학교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동구는 배정 대상자가 491명으로 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고, 고등학교 5개의 입학정원은 1069명이다. 고등학교 입학 정원이 578명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 신설이 상당히 까다로운 만큼, 중학교 통폐합이나 학교 이설 방안이 고려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박철영 광주시교육청 진학팀 장학관은 “광산구의 중학교를 통합해 고교로 활용하거나, 타 자치구의 고등학교를 이설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도 있다”고 밝히면서 “광산구의 땅값이 올라 이설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사립학교의 통폐합·이전은 교육청이 나서 추진하기 어렵다. 여·남고의 남녀공학 전환 역시 일부 동문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말했다.

박 장학관은 이어 “올해는 일반고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일부 학교, 특히 남녀공학 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유독 두드러졌다”면서 “인구 증감 추이를 감안했을 때, 지금과 같은 배정방식은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타 지역의 경우, 숱한 배정 관련 민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신입생을 강제로 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후지원에서 10%정도는 강제 배정하는 것인데, 이를 시행하면서 미달 학교도 사라지고 원거리 통학 학생도 줄어들었다.

박 장학관은 “강제 배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은 만큼 충분히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면서 “학교 이설부터 신입생 배정에 관한 문제들은 지역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은 내달 말께 내년도 예비 고1(현 중3)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효율적인 일반고 신입생 배정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