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 장애 학생들의 다양한 미래를 위한 디지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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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이기언> 장애 학생들의 다양한 미래를 위한 디지털 교육
이기언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교육학박사
  • 입력 : 2023. 01.25(수) 13:12
이기언 연구원·교육학 박사
얼마 전 대한민국 교육 박람회에 다녀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환경과 글로벌 교육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교육을 그려보기 위한 행사였다. 세계 각국 교육 전문가들의 강연과 1000여 개 업체의 다양한 체험 부스가 설치되어 첨단 신기술이 장착된 에듀테크와 교실의 스마트화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는 인공지능(AI) 딥러닝과 코딩 등 디지털 교육, 교사들의 수업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과 교육 콘텐츠 활용 방법, 디지털 교실 구축 방향과 사례, 학부모와 함께하는 자녀들의 공부법, 학교시설 복합화 전략 등 미래교육을 설계하면서 고민되는 여러 주제를 담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우연히 전부터 알고 지내던 시각장애인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다 시각장애 학생 대상의 교육 서비스를 소개하는 세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으로서 개회사를 하셨다. 시각장애인은 정보에 굶주린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각장애 학생들은 단지 문자 정보의 장벽을 해결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정보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교수님은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문자 정보뿐만 아니라 이미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해당 세션은 ‘닷(DOT)’이라는 업체가 시각장애인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미지들을 즉시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도록 개발된 ‘닷패드(DOT PAD)’의 쇼케이스였다. 시각장애인은 그동안 무겁고 비싼 점자 기계를 통해서 대부분의 정보를 획득하였다. 음성 설명은 복잡한 주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수학 방정식이나 공식과 같은 지식은 음성으로만 표현하기 불가능하다. 이런 정보는 보통 점자책을 통해 학습하게 되는데, 점자책은 텍스트만 읽을 수 있게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사진을 통해 입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는 1차원으로 표현되어 정보 수용의 오류가 생기기 쉽다. 그리고 점자 책을 일반 책으로 만들면 훨씬 많은 분량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성경책 한 권은 점자책 22권으로 늘어난다. ‘닷패드(DOT PAD)’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촉각 그래픽 디스플레이어다. 기존 점자 기기에 비해 크기, 무게, 에너지 소비량을 10배 이상 줄여주고, 그동안 사용하기 힘들었던 게임, 스트리밍,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내비게이션, 사진 전송, 온라인 쇼핑, 소셜 미디어 사용도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볼 수 없던 이미지들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의 첫 번째 핵심정책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으로 정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교사 수업을 지원하고 개별 학생에게 최적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2025년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은 AI가 학생 개인의 역량이나 지식 정도를 파악하여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 심리·정서 위기 학생, 교육복지 대상 학생 등 비장애 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장애 학생 수는 10만3695명으로, 2018년에 비해 7.0%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비장애 학생 수는 10.6% 감소하였고, 장애 학생의 증가와 비장애 학생의 감소 추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2년 미국의 교육부는 ‘닷패드(DOT PAD)’를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 학교에 공급하는 정책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교육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번 박람회장 안에서 제공되는 수많은 정보와 새로운 기술들을 경험했던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들 기술과 정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필자는 에듀테크와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미래 교육에서 장애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어 장애 학생들의 문맹률이 낮아지고, 더 나아가 다양한 학문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며, 마침내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