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아홉 번째 기록-연구자의 새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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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아홉 번째 기록-연구자의 새해 계획’
윤승태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3. 01.25(수) 13:12
윤승태 조교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다. 보통 우리는 연말에 한 해 동안 좋았던 일, 슬펐던 일, 그리고 아쉬웠던 일들을 돌아보며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연초에는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 계획을 세운다. 새해 계획은 그동안 지키지 못한 계획들 또는 올해부터 한 번 해보고자 하는 새로운 계획들로 채워진다. 아마 독자분들도 지금쯤 계묘년 새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고자 열심히 노력 중일 것이다.

계묘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무안군 도리포 유원지에서 한 시민이 소원을 빌고 있다. 뉴시스
새해 계획하니 필자도 고등학교 시절 새해 때마다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좋은 학업 성적을 거두기 위한 계획들을 한 문장씩 정성스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새해에는 몇 시에 일어나고, 문제집은 몇 권을 풀 것이며, 영어 단어는 몇 개를 외운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또 거창한 계획들이었다. 사실 이 계획들이 다 지켜졌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항상 새해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고, 연말이 되면 그래도 올 한 해 열심히 했다는 자기 위안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새해 계획을 세운 기억이 거의 없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박사 학위를 받겠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새해 계획을 별도로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박사 졸업 이후에는 관측 도중에 새해 아침을 맞이하기도 하고, 해에 맞춰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따로 시간을 할애해 새해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대신 필자는 연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부터 한 해의 계획처럼 긴 호흡의 계획이 아닌 하루 혹은 일주일 정도의 단기 계획을 짜는 습관을 들였다.

단기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는 박사 과정을 졸업하기 한 학기 전부터였다. 실험실에서는 높은 연차의 학생이라 졸업 시기가 다가오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할 일은 많은데 어수선하기만 하고 하나의 일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한 줄을 하루로 생각하고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약 오늘 할 일은 아니지만 마감 기한이 있다면 마감 날짜 2~3일 전에 그 일을 잊지 말고 해야 된다는 식으로 적어두었다. 사실 일단 아무 곳에나 할 일부터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선택해 활용하기 시작했던 것인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고, 졸업까지도 잘 짜여진 계획에 따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표에 숫자나 문자 자료를 입력하고 이를 조작하여 자료를 처리하는 프로그램.

대학원 시절부터 한 줄 한 줄 쌓아온 스프레드시트는 최근 2400줄을 넘겼다. 이 스프레드시트 활용법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작성 시작 시기부터 본인이 살아온 하루 하루를 스크롤만 하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트만 있으면 과거 일어났던 일들의 정확한 시기를 기억할 수 있고 주, 월, 연 등 어떤 시간 단위로든 본인이 지내 온 날들을 확인하고 또 추억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계에서는 2000년대 발생했던 여러 연구윤리 위반 사건들을 계기로 연구자의 기록 의무를 환기하고 연구노트 작성 의무화를 법제화했다. 즉, 연구자는 새해 계획을 세우듯 매 실험 매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계획을 하고, 수행 결과를 정리해야 하며,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 계획 짜기는 앞으로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계획성을 기르고 연구 효율을 높이는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필자는 올해도 1월 1일부터 계획을 적고 또 지켜가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계획은 칼럼 완성이었는데 잘 마무리하여 뿌듯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매일 매일의 계획이 잘 지켜져서 아주 보람찬 2023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