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삭제는 민주화 부정 폭거… 즉각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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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5·18 삭제는 민주화 부정 폭거… 즉각 복원하라”
‘5·18, 개정 교육과정 삭제’ 파장
교육과정 언급횟수 7회서 0으로
교과서 집필시 왜곡·축소 가능성
“인권·민주주의 후퇴 시킨 만행”
  • 입력 : 2023. 01.04(수) 17:03
  • 양가람 기자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등 5·18 3단체와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이 4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1층에서 교육부 발표 ‘2022개정 교육과정 5·18민주화운동’ 제외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에 5·18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교육부가 확정·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삭제된 데 대해 지역 교육계가 “민주교육의 후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4일 광주·전남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말 확정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초·중·고 사회과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4·19혁명이 3회, 6월항쟁이 6회 언급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지난 2018년 개정된 한국사 교육과정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 총 7회(초등학교 사회 2회, 중학교 역사 2회, 고등학교 역사 2회) 등장했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교과별로 꼭 학습해야 할 내용과 범위 등을 선정해놓은 일종의 종합계획서다.

개정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고등학교 역사교사 A씨는 “교육과정은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만큼, 일부 역사 교과서에 5·18이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전히 지역별로 5·18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고, 왜곡하려는 시도도 끊이질 않는다. 의도적으로 5·18을 축소하거나 배제하고 싶어하는 학교는 5·18이 기술되지 않은 교과서를 선택할 것이고, 그만큼 후대에 5·18 정신이 계승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역사교사 B씨는 “교육 영역에는 정치의 논리가 들어가선 안된다”며 “개정 교육과정에 5·18은 빠졌지만 ‘자유민주주의’는 포함됐다. ‘성평등’과 ‘노동자’라는 표현도 삭제됐다. 교육과정 전반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의식이 후퇴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 했을 뿐이라며 의도적 삭제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지역 교육단체는 “현 정부와 교육 당국의 천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 것”이라며 분노했다.

전남지역 역사교사 C씨도 “이번 조치로 만에 하나 교과서 단 한군데라도 5·18에 대해 축소하거나 삭제하게 된다면, 진실을 밝히기 위한 40여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럴 작은 가능성 조차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재명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교조광주지부 등 광주지역 80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의 본질은 정의로운 역사의식을 봉쇄하고 민주주의 정신과 가치를 마비시킨 반교육적, 반역사적 폭거”라며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인류의 역사적 자산이자 상징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정부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정부는 5·18민주화운동 삭제를 당장 철회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원상복구하라”고 주장했다.

광주시·전남도교육감 역시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이 삭제된 데 대해 시정을 촉구했다.

이정선 시교육감은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5·18 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라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 교육 약화를 초래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 역사교육은 명확한 사실에 의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도교육감도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그대로 둔 채 5·18민주화운동만 제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5·18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사실이며, 그 숭고한 정신은 계승 발전돼야 한다.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양 교육감은 5·18민주화운동 명시화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요청하는 한편, 당면 사안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