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건철> 식량 확보가 최우선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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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건철> 식량 확보가 최우선인 시대
이건철 전남관광재단 대표이사
  • 입력 : 2022. 08.24(수) 15:52
  • 편집에디터
이건철 대표이사
21세기를 맞으면서 많은 미래학자들이 지구촌의 경제․사회적 최대 화두로 식량과 에너지 부족을 예견했었다. 문제는 이들 식량과 에너지 가운데 식량은 에너지 부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되어 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유별난 경우인데, 에너지 부족에 대해서는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 원년」 선포를 시작으로 많은 대책들이 제시된 반면, 식량은 밀려나 있다가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겨우 관심권에 접어들었다.

결론적으로 식량부족은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에너지 부족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60년대부터 지구촌은 인구가 급격하게 불어나 식량 수요가 급증한 반면, 식량공급은 ① 기록적인 태풍, 홍수 등 대규모 자연재해 ② 새로운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한 곡물수요 증가 ③ 중국, 인도 등의 육류․어류소비량 추가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부족 상태가 심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매일 2만 5천여명이 기아 혹은 기아와 관련된 원인으로 사망하고 있고, 10억명 가까운 인구가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위에 코로나19로 농업 근로자와 물류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지구촌 각처에서 식량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시사태가 길어지면서 밀과 옥수수를 중심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에서 각각 세계 1위와 5위를 차지할 만큼 밀 생산강국이고, 옥수수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기에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가격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2020년 1월 t당 208달러였던 밀 가격이 2년만에 392달러로 8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와 콩 가격은 각각 56.6%, 82.3% 올랐다. 이로 인해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식량생산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20%에 불과하다. 쌀만 자급률이 최근 5년간 92∼105% 수준으로 높은 편이고, 보리, 밀, 콩, 옥수수 자급률은 0.5%∼9.4%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밀과 옥수수 자급률이 최저수준이라는 사실은 쌀보다 빵과 분식을 선호하는 MZ세대들의 음식문화가 정착되면서 밀과 옥수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이제 곡물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모든 나라가 곡물 확보를 위한 정책개발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식량부족과 가격상승이 지난 '90년대부터 예측되었는데도 우리는 곡물자급률을 적극적으로 높인다던가,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표출된 적은 거의 없었고, 일련의 농산물가격 폭등 문제는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식량문제를 책임져야 할 농림축산식품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새 정부는 '성장산업으로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농업,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공간으로의 농촌'이라는 국정전략 아래 중점 추진 5개 분야 가운데 '식량안보․기후위기 선제적 대응 및 식량자급률 향상'을 첫 번째 전략으로 올려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부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왕에 추진하려면 세계 12∼13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추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경제대국이라는 평가는 받으면서도 선진국이나 강대국 반열에는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식량이 곧 주권이고, 안보인 식량위기시대 본격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강대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향후 세계적 강국은 이러한 농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미국 외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 식량 생산대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농업경쟁력이 큰 나라들이 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식량안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식량주권을 강조한 것이나 일찍이 드골 대통령의 "식량자급이 안되는 나라는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