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홍영표, 신동근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다수의 친문계 의원들이 기본소득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이 즉각 환영 입장을 내면서 기본소득 비판을 고리로 한 '반이재명 전선'이 구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 등 친문 핵심 의원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장기적 연구 과제로 검토해볼 수 있지만 당장 국가 정책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날 회견에는 도종환·송기헌·오기형·장철민 의원 등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 가운데 2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십조 예산을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로 나눠주는 건 양극화 불평등 해소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특히 매년 십수조 예산을 고소득자들에게 나눠주는 게 재정 정의에 맞는 일인가, 보편적 복지를 위해 써야 할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게 진보개혁의 길인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 동안 기본소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대선후보들은 즉각 호응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 길에 저도 함께 하겠다"며 "기본소득론을 지켜보는 국민과 당원은 불안해한다. 그런데도 기본주택, 기본대출로 폭주하는 독선은 더 위태롭다"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정세균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도 공개토론에 찬성했다. 정 전 총리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검증하고, 토론해서 국민께 민주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 의원은 "경선에 새로운 활력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토론 제안을 계기로 대선경선 국면에서 각자도생에 나섰던 친문 진영이 반이재명 연대로 모일지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지사측은 최근 '기본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에 대한 공격이 쏟아진 데 이어 친문진영에서 공개적 비판이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집단 행동에 또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정책이 절대 진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민생 해결에 나서야 할 정치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쏟기보다 정치적 득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원팀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친문 껴안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 측은 당내 경선 토론과 당 초선 의원들이 주관하는 토론회가 있는 만큼, 충분히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른바 '중립지대' 친문의 기본소득 협공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골수 운운하는 분들이 제일 먼저 고무신 거꾸로 신더라"며 "솔직히 친문 자처 하는 분들 중에 좋은 분들 많지만, 일부 호가호위하는 형들 정신차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 역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전문성이 있는 인사라며 엄호해온 이재명 캠프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