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금남로여

홍성장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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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주기였던 지난 16일 새벽 0시. 한 무리의 ‘이방인’들이 광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 자유연대, GZSS 등 소위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보수단체 관계자들이다. 한 달 뒤인 5월16일 금남로 집회 신고를 가장 먼저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치밀한 ‘작전’까지 폈다. 혹여 다른 이들이 금남로 집회를 먼저 신청할까 봐 하루 전부터 광주동부경찰서 인근에 머물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 때문이다. 법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면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720시간(30일) 전이 바로 16일 새벽 0시였다.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전날부터 광주동부경찰서 인근에 머물며 16일 0시를 기다렸던 이유였다. 그들은 16일 0시1분 ‘5월16일 금남로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서를 광주동부경찰서에 접수했다. 참여 인원은 1000명. 내용은 ‘5·18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 집회’다.

끝이 아니었다. ‘작전’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들은 다시 17일 새벽 0시를 기다렸다. 이번엔 5월17일 금남로에서 문화제 성격의 집회를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다수의 인파를 불러모아 노래와 춤 등의 공연과 상황극 등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신청서다. 그들은 또다시 손쉽게 한 달 뒤 금남로를 선점할 수 있었다. 새벽 0시18분, 그들의 집회신청서가 광주동부경찰서에 가장 먼저 접수됐다. 그들이 밝힌 참여 인원은 3000명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들의 ‘치밀한 작전’에 금남로를 빼앗겨서가 아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광주에 대한 시선 때문이다.

실상 그들이 5월17일 금남로를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치밀한 작전’의 결과가 아니다. 애초 올해 5월엔 대대적인 5·18광주민중항쟁을 기리는 행사가 5월 내내 이어질 예정이었다. 항쟁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여서다. 광주시는 물론 5·18단체, 광주·전남시민사회는 ‘제40주년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항쟁 40주년의 뜻을 기리려 했다.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꿨다. 고심 끝에 행사위는 항쟁 40주년 기념행사를 대폭 변경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민적 위기극복에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5월15일과 16일 예정했던 집중행사를 대부분 취소했고, 17일 금남로에서 열기로 했던 전야제마저 열지 않기로 했다. 전야제를 치러온 이래 32년만이다. 금남로 전야제는 항쟁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행사이기도 했지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오월의 대동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광주는 5월17일 금남로를 비웠다.

그런데 보수단체가 그런 의미를 짓밟는 꼴이 될 위기다. 집회의 자유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광주는 의연하게 그들을 받아줬다. 그들이 금남로에서 항쟁을 기념하는 날 ‘부산갈매기’를 부르고, 5·18왜곡과 폄훼 발언을 일삼아도 참고 또 참았다. 그들과 불필요한 충돌이 5·18을 폄훼할 수 있는 또 다른 빌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달라야 한다.

올 금남로 전야제는 국민적 위기극복에 함께 하기 위해 고심 끝에 열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80년 오월의 대동정신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숭고한 의미를 보수단체들이 무참히 짓밟으려 한다니 얼마나 광주를, 광주의 생각을 우습게 보는 꼴인가.

그들의 광주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꼴통’ 보수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한 사이트에서 발견한 게시물이다. ‘공수특전단 40년 만에 전남광주 소집령이다’는 게시글이다. 자격이 ‘우한폐렴 바이러스 보균자’고 투입지역이 ‘전남 광주 일대(금남로, 김대중컨벤션센터, 전남대 구내식당 및 도서관, 민주노총 광주지부, 광주시청 등)’다. 지참 무기, 참 어이없다. 지참 무기가 ‘기침, 가래 침….’ 등등이다. 그게 ‘마지막 애국의 기회’단다.

이런 저급한 수준인 그들에게 항쟁의 중심이었던 금남로를 눈 뜨고 내어줘야 할 일인가.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