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눔’으로 우리의 봄날은 온다

이인범 광주시 장애인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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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未曾有). 불경에는 미증유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거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말할 때 사용된다.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능엄경’ 등의 불교 경전에서 유래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 지난해 12월 말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보고하고,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우리의 일상은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매일 아침을 그 전날 코로나19 국내 및 국외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로나19로 뒤덮인 일상은 소소한 모임까지 삭정이 꺾이듯 떨어졌다. 기침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손님이 없는 가게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그리고 마음마저 움츠러들었다. 특히 대구의 고통과 어려움이 가장 컸다. 코로나19가 전염병을 넘어선 재앙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대구 지역은 그야말로 사투 중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과 우울, 무기력증이 마음을 겨울처럼 춥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바로 ‘나눔’이다.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는 밀려드는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많은 시민이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집에 격리되었다. 그러한 대구에 우리 광주가 나눔과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 3·1절 101주년 날, 광주시가 대구 확진자를 옮겨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나 보건당국 차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에 따라 대구 지역 확진자를 다른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받은 것은 광주가 처음이었다. 대구 지역 환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150병상을 확보했고, 지난달 4일 오후 대구 확진자 7명이 구급차 2대로 달빛고속도로를 타고 빛고을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4명의 가족은 완치판정을 받고 밝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다. 병상 나눔은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면서 동시에 나눔의 정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광주를 시작으로 다른 자치단체로 확산했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 지역을 돕는 일은 병상 나눔에서 그치지 않는다. 달빛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대구로 달려가고, 면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대구 어린이집에 보내는 등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40년 전 광주 시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해 주었던 나눔의 상징인 광주주먹밥도 대구지역에 전달됐다. 또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었던 오월어머니집은 주먹밥 도시락 518개를 만들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 전달하며 대구시민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러한 나눔은 5·18 당시 주먹밥을 함께 나누었던 광주정신의 실천으로 올해 40주년을 맞는 5·18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우리 지역 장애인 직업교육 시설인 ‘틔움 직업재활센터’는 대구 장애인시설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총 세 차례 1,500개의 빵을 보냈다. 직업재활센터는 36명의 장애인이 빵을 만들어 업체 등에 공급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구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한다. 대구시민에게 단순히 빵을 만들어 보낸 것이 아닌 희망과 사랑을 만들어 보낸 것이다. 이 밖에도 또 다른 장애인 직업교육시설인 ‘씨튼 직업재활센터’에서도 유기농 스낵 500봉지를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에 전달하는 등 나눔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나눔을 통해 광주와 대구는 과거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았던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며 하나임을 새삼 느낀다. 광주는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며 대구가 유례없는 재난을 극복하는데 함께하고 있다. 나눔은 결코 풍족함과 여유로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나눔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다. 광주가 보여준 나눔은 따스한 달빛(달구벌+빛고을)이 되어 대한민국을 밝게 비추고 있다.

계속될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거리 곳곳에는 꽃이 피어나고 우리의 옷도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새 봄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듯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나눔으로 틔워낸 행복의 새싹이 여기저기 움트고 있다. 미증유의 재난은 나눔의 온기로 사라지고, 우리의 봄날은 그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