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곳곳에 퍼진 안전불감증

식당선 내린 마스크 한 냄비 볶음밥 “수칙 준수 어려워”
PC방·노래방 허점… 지원·처벌 더불어 구체적 지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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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시청 구내식당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투명 칸막이를 설치한 가운데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최근 광주시청 구내식당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투명 칸막이를 설치한 가운데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안 없이 진행되는 캠캠페인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을 만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1일 오후 찾은 광주의 한 닭갈비 음식점. 평소 점심시간이면 젊은이들과 직장인들로 붐벼 자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넓은 공간에 마련된 30여 개의 테이블 중 손님이 앉은 자리는 고작 두 테이블. 식당도 손님도 나름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준수하려는 모습이었지만, 구멍은 있었다.

직접 반찬을 가져다먹도록 마련된 반찬통 중에서는 뚜껑이 분리된 스테인리스 재질 반찬통의 경우 닫혀있지 않기도 했다. 손님들도 무의식적으로 개인 숟가락으로 음식을 담거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모(36·여)씨는 “딸이 닭갈비를 먹고 싶어해 식당에 오긴 했지만 께름칙하다. 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항상 마스크를 쓴 채 음식을 넣을 때만 잠깐 내리곤 한다”고 했다.

이날 10여 곳의 음식점을 돌아본 결과 식당 관계자나 손님 모두 외식의 위험성과 철저한 위생 관리에 대한 인지도 자체는 높았으나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나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구내식당 등에서는 한줄 앉기, 아크릴판 설치 등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소규모 음식점 등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구의 한 PC방에서도 평일 오전 여유로운 자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행으로 온 손님들은 바로 옆 자리에 붙어 앉았다. 남구의 코인노래방 두세 곳 역시 손 소독제와 마이크 커버가 비치되긴 했지만, 점주들은 마이크 소독 등 위생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코인노래방 점주 A씨는 “가뜩이나 안 되는 장사에 돈 들어갈 일만 많은데 위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없다”면서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지로 흘겨보면서 수칙만 지키라고 종용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현실과 동 떨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들이다. ‘PC방·클럽 등에서 1~2m 거리두기’, ‘출·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등 지키기 어렵거나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지원책도, 수칙을 어길 경우 엄격히 처벌할 조항도 부재한 상황이다.

김치찌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모(46)씨는 “손님들의 항의로 기본 2인분 이상 판매하던 찌개를 1인용 뚝배기를 구입해 따로 팔고 있다”며 “손님이 끊겨 극심한 영업 손해에 추가 지출까지 무릅쓰고 있는데 수칙까지 일일이 신경쓰다가는 굶어 죽을 판”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음식점을 찾은 강모(32·여)씨는 “위험하다고는 해도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밖에서 밥을 먹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개인 위생에 최대한 신경쓰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다”고 했다.

처벌 조항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가 조명을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공공장소에서 ‘1m 떨어져 앉기’ 등을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800여만원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주한미군 역시 보건 지침을 어긴 장병 2명의 계급을 강등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이나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해 코로나 확산을 부채질하는 사태가 연일 지속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오는 등 국민 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막연히 지속해 국민들의 피로감을 누적시키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보장되는 ‘생활방역 체계’로 이전될 수 있도록 촘촘하고 세밀한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을 강조할 때도 식당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하고, 식탁 배치나 유리 칸막이 설치 등 지침을 고민해야 한다”며 “다중이용업소나 종교시설 등 구체적인 상황이나 장소도 고려해 접촉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생활방역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9일 전문가와 시민사회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생활방역 핵심지침과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침에는 개인이 지켜야 할 위생수칙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수칙 등 총 5가지가 담긴다. 지침별로 3∼5개씩 실천방안을 세우고, 대상·장소·상황별 세부지침도 만들 예정이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생활방역 체계는 ‘일상화된 방역’이기 때문에 심층적이고 세세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여러 집단의 상황에 맞는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일찍 준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