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벚꽃놀이’에 ‘불금’ 사라진 유흥가

벚꽃명소 운천 저수지 통제 속 시민들 발길… 노점상도 흔적 사라져
줄서기 녹색선 생기고 휴업 들어간 업소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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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운천호수공원에 꽃구경을 나온 상춘객들이 산책로 임시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
29일 운천호수공원에 꽃구경을 나온 상춘객들이 산책로 임시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

코로나19가 주말 봄꽃 나들이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벚꽃이 만개하는 이만때쯤 수만명의 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광주 서구 운천호수공원의 모습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공원 산책로 일부가 폐쇄됐고, 나들이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방문객 감소 여파 탓에 도로변 노점상도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

●운천 호수공원 상춘객 본격화

29일 오전 찾은 서구 운천호수공원. 만개한 벚꽃이 운천호수 경관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벚꽃 나들이객으로 붐볐을 운천호수공원의 아름다운 자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상춘객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곳의 대표적 산책 명소인 나무다리를 걷는 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다. 광주 서구청이 다리를 임시 폐쇄했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를 많은 시민이 한꺼번에 지나다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던 길거리 노점상도 찾아보기 힘들고, 2010년부터 오케스트라 공연을 연상시키는 음악분수 쇼도 올해는 사라졌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나무다리 대신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펼쳐진 산책길을 걸으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털어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최성민씨는 “코로나19로 계속 집에만 있기에 너무 갑갑해서 간만해 봄 기운을 느끼러 나왔다”며 “꽃도 보고 바람도 쐬니 불안했던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코로나19가 걱정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두아이와 함께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이곳을 찾았다.

서구 쌍촌동에 거주하는 김모(23·여)씨도 “집에 가던 길에 벚꽃이 너무 흐드러지게 피어서 잠깐 구경왔다”며 “다들 마스크도 쓰고 있고, 잠시 바람만 쐬고 가려는 참”이라고 했다.

일부 산책로 통제까지 나섰던 광주 서구청은 여전히 걱정스럽다.

서구청 관계자는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좁은 통로에서 접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달 5일까지 운천호수공원 내 산책로를 통제하기로 했다”며 “오랜만에 꽃구경을 하고 싶은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무지구 달라진 ‘불금’ 밤

불야성을 이뤘던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 27일 찾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이곳은 금요일 밤이면 늘상 불금을 즐기려는 이들로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유흥주점 테이블은 한 자리씩 건너 손님을 받고 있다. 입구 밖에선 녹색 테이프로 1m 간격마다 선이 그어져 있다. 업소를 찾는 손님 간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다.

낯선 ‘녹색 선’의 등장에 시민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시민 A(28)씨는 “줄을 설 때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생길까 봐 다른 업소에 갈까 고민했지만, 1m 간격으로 선이 그려져 있다 보니 다른 대기자들과 접촉될일이 없는것 같다”라며 “사소한 것 같지만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했다.

업소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설·업종별 준수 사항’을 대체로 잘 지키고 있다. 체온계와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는 등의 준수사항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영업 제한 명령’에 동참해 스스로 문을 닫은 곳도 꽤 있다.

한 업소는 입구 벽면에 4월9일까지 임시휴업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철저하게 방역 및 마스크 미착용시 입장불가, 입장시 열체크 등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 영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업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국가적 재난 위기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권고한 사항을 따르고 보건당국에 권고 사항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임시휴업에 나선 이유를 적었다.

또다른 업소는 출입문에 임시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업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의 이윤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며 “휴업기간 중에도 철저한 위생관리와 방역 작업을 실시해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이 못마땅한 업주가 없는 것은 아닌다.

한 업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손님을 되돌려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며 “마스크를 쓰고 입장시켜도 유흥업소 특성 상 실내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벗는다. 이런 방역 지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경찰과 함께 함동 점검에 나섰던 광주시청 관계자는 “예방없이 영업을 하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업주분들의 피해는 더욱 더 장기화 되고 운영에도 큰 타격을 받게된다”며 “처음에는 대부분의 업주들이 반대했지만 안내를 받은 후에는 다들 이해하고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침을 실천할 경우 코로나19를 빠른 시일 내에 종식시킬수 있고, 불안감에 외부활동을 자제중인 사람들도 안심하고 찾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