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하는 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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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은 우리 주변에서 기침 소리마저 숨죽이게 만들고 있다. 기침이 ‘공공의 적’이 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여러 분야에서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오는 중이지만 시내 버스와 전철,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안에서 기침이 나오려는 순간만큼 당혹감이 큰 경우는 요즘만할 때가 없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기침하는 타인은 모두 의심과 경계의 대상자가 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전철안에 기침 소리가 터져나오면 같은 공간 점유자의 얼굴을 일그러지고, 심지어 바로 하차하는 사람도 있다. 기피하는 정도를 넘어 적대적이기까지하다.

원래 기침(cough)은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체의 반응이다. 사전적 (포털 다음) 풀이로는 기도가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이나 유해 가스 또는 이물질에 의해 자극을 받아 일으키는 갑작스런 반사작용으로 폐 속의 공기와 함께 기도 속에 있는 분비물과 이물질을 밖으로 내뱉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기침은 재채기(sneeze)와는 조금 다르다. 재채기는 코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경련성 반사작용으로 보통 의성어로 ‘엣취!’로 표기된다. 반면 기침 소리는 ‘콜록 콜록’으로 통한다.

공기 중 세균과 바이러스, 화학적· 물리적 자극물이 호흡기 계통을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할 때 기도 점막이 이들을 붙들었다가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몸밖으로 배출한다. 인간 생존을 위한 방어적 반사 작용이다. 강하게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비말이 무려 8m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비말에 포함된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19 감염병이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기침 예절을 지키고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의 부단한 연구 덕에 기침의 생리학적 과정을 알게 됐다. 기침은 마른기침과 젖은기침으로 나뉜다. 젖은기침은 가래가 나오는 기침을 말한다. 여기에다 헛기침도 있다. 헛기침은 목청을 가다듬거나 인기척을 낼때 사용하는 것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소통의 한 방법이었다. 한데 요즘은 주위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헛기침마저 쉽게 할 수 없다.

이러다가 기침 작용이 퇴화해 순기능 역할이 퇴보할 지도 모를 일이다. 주말과 휴일 호젓한 야외에 나가 그동안 참고 있던 기침이라도 원없이 해보자. 봄 햇볕을 쬐면 몸에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하니 마음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될 듯하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