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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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의 시대. 비즈니스북스 제공
펭수의 시대. 비즈니스북스 제공

펭수의 시대 | 김용섭 | 비즈니스북스 | 1만5000원

“한국인들이 무례한 거대 펭귄과 사랑에 빠졌다” 나이는 열 살, 210cm 가까운 키에 성별은 알 수 없음. 직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겁게 사랑받은 펭귄, 펭수의 프로필이다. 펭수는 남극 장보고 과학 기지 인근에서 태어나 남극 유치원을 졸업하고 방탄소년단과 같이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까지 헤엄쳐왔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머랭 쿠키 먹방으로 처음 유튜브에 데뷔한 펭수는 대다수의 연예인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인지도도 미미하고 불러주는 곳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TV’의 콘텐츠가 쌓여갈수록 팬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유튜브를 개설한지 불과 8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게 됐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2030세대 사이에서는 어록이 되어 이슈가 만들어졌고,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도 펭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동원F&B, LG생활건강, 빙그레, 코카콜라 등 그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려는 브랜드가 줄을 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연말에는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올랐으며 영국 공영방송 BBC에 보도까지 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펭수 신드롬’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펭수의 세계관 속에는 꼰대와 같은 세대갈등을 비롯해 젠더 갈등, 보디 포지티브, 느슨한 연대, 환경과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쟁점이 녹아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펭수는 단순한 펭귄 탈 인형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펭수 안에 사람이 있고 그의 신원은 누구다 하는 말도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펭수 스스로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열 살 펭귄’이라고 밝혔음에도 그것을 다시 파헤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며,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분법적 구도 내에서 모든 것을 규정하려 하는 편협함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제까지 펭수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어왔으며, 앞으로 펭수가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트렌드 관점에서 분석한다. 또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펭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문화 자체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펭수에 열광하는 2030세대는 펭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대한민국 사회가 빠진 ‘펭수 앓이’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책을 통해 펭수 신드롬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시대 욕망과 트렌드 진화의 비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