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비명소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284
양가람 사회부 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사회부 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카뮈는 이 소설에 먼저 ‘구금된 사람들’이란 제목을 달고 ‘불안과 절망에 빠진 구금된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묘사했다. 1940년대 오랑시 사람들의 눈빛에서 2020년 대한민국 시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원래대로라면 개학이네 총선이네 가장 바빴을 시기건만 봄꽃의 향기조차 맘편히 맡을 수 없게 돼 버렸다.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세상은 역동성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고, 많은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불안 속에, 누군가는 재정비를 위해 조금은 느린 템포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자신을 돌보기는커녕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다. 1940년대 소설 속 오랑시를 덮친 페스트처럼, 2000년대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도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삼켰다.

2018년 기준 광주에만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은 750여 명이었다. 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일하는 노인이 시간당 7700원을 버는 반면 폐지수집 노인은 2200원을 번다.

최근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폐지 가격도 반토막 났다. 폐지 값이 1kg당 50원으로 책정된 탓에 손수레 가득 폐지 100kg을 모아도 5000원을 겨우 손에 쥔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건너다 사고 당하기도 한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 닫은 가게가 늘자 폐지 수거는 더욱 어려워졌다.

노인들에게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건 당장의 생계다. 확진자가 또 추가됐다는 소식에도, 자주 들르던 가게의 문이 닫혀도 그들은 손수레를 놓지 못한다. 지자체에서 지급한 마스크 몇 장으로 견뎌야 하는 그들에겐 생계의 위협이 바이러스의 공포보다 크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인간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페스트균이 사라진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은 끝이 난다. 카뮈는 전염병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대한민국은 2020년의 봄을 어떻게 기억할까. 약자들의 비명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다시 이름모를 바이러스가 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일상이 조금은 느슨해진 이 시기, 그들이 더 이상 손수레를 끌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