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허락될 때까지 봉사 하고 싶어요”

보성의 ‘마스크 의병’ 김갑순(84) 할머니
가정 재봉틀로 면마스크 150개 만들어
틈틈히 방석·이불 등 재봉 봉사 이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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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마스크 의병단'에 참가해 150개 면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한 84세 김갑순 할머니. 도선인 수습기자 sunin.do@jnilbo.com
'보성 마스크 의병단'에 참가해 150개 면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한 84세 김갑순 할머니. 도선인 수습기자 sunin.do@jnilbo.com

“12일 밤부터 5일동안 면 마스크 150개를 만들었당께.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도와줘서 했제.”

김갑순 할머니는 보성군청에서 우연히 ‘1인당 1마스크’ 배부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갑순 할머니의 재봉 솜씨를 알고 있던 군청 공무원들은 면 마스크 제작 자원봉사에 참여해 줄 수 있냐 물었다. 면 마스크 제작 세트를 챙겨 집에 돌아온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늘 하던 바느질이라 쉽게만 생각했지만, 막상 150개 면마스크를 만들어 보니 꽤 양이 많았다. 김갑순 할머니는 “마스크 만드는 것을 도와준 할아버지 중에 91세도 있었다”며 “내가 고생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무슨 큰일이라고. 바쁜 군수님, 군청 직원들까지 집으로 찾아와 격려를 해줘 오히려 감사한 맘이 생긴다”면서 “다 만든 마스크는 지난 16일 택시를 타고 군청까지 가 직접 전달했다”고 했다.

김갑순 할머니는 뇌경색 합병증을 앓던 남편을 돌보며 평생을 살았다. 남편 병 때문에 병원 생활은 일상이 됐다. 공기 좋은 곳으로 가면, 남편 병도 낫지 않을까. 보성에 온지도 24년이 됐다. 그동안 할머니는 혼자가 됐다. 할머니를 위로한 것은 바느질 봉사였다.

없는 살림에 이불, 옷감, 방석, 비누 같은 것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눴다. 취약 계층 가정들을 돌보는 일도 이어왔다. 나이가 들어도 몸이 건강하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자식들 걱정만 사는 일이 할머니 적성에 맞지 않았다. 김갑순 할머니는 “여자로 태어나 국민학교밖에 못나왔어도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이런 성격때문에 지금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 힘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 기부를 이어 오다보니, 할머니는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유명인이 됐다. 어느날부터 주위에서 천과 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봉사’로 오히려 힘을 얻곤 했다. 김갑순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봉사를 하고 싶다”며 “누군가 도울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고 전했다.

김갑순 할머니는 최근 노인일자리 사업에 합격해 ‘동산 풀메기’ 업무를 하게 됐다. 항상 그랬듯이 일당 일부는 봉사를 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김갑순 할머니는 “아직까지 보성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보성군 관계자들을 비롯해 군민들이 마음을 모은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곧 코로나도 잠잠해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보성군은 지난 11일부터 군민 1인당 1마스크 배부를 목표로 봉사단체와 손을 잡고 마스크 제작에 들어갔으며, 현재 100여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도선인 수습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