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멈춤(PA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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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대한민국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꾸만 멈춰서고 있다. 각급 학교 개학이 밀쳐지고, 해외 백여 개 국가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뱃길과 하늘길이 모두 끊겼다.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지자체 주최 각종 축제를 비롯해 공연, 전시가 모두 취소됐다. 정치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4·15 총선에 뛰어든 (예비)후보의 오프라인 선거 운동도 자취를 감췄다. 프로 야구 개막도 연기되는 등 전 분야의 프로 스포츠가 제동이 걸린 상태다. 개인별 각종 모임과 종교단체의 집단 예배와 법회도 자제되고 있는 분위기다. 단톡방에는 ‘이러다 얼굴 잊어버리겠다’는 인사말이 공유될 정도다. 한 때는 중국산 자재 부족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공장 가동도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광풍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멈춤’을 가져오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였던 ‘멈춤 , PAUSE , 止(지)’를 소환해 본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비엔날레 주제인 멈춤은 20세기 인류가 경제 성장을 향해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속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담겠다는 취지로 선정됐다.일시 정지(pause)는 스톱(stop)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오디오 제품과 유튜브 작동 버튼에서 두 수직선 사각형 (ㅣㅣ)모양과 ×모양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전자는 상황이 일시 중지, 휴지한 것으로 재출발을 기약해놓고 있지만 후자는 상황 끝이자 종료를 말한다.

코로나 19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이 됐더라도 인류에게 스톱이기보다는 포즈(일시 멈춤)일 뿐이다. 물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도산한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스톱일 수 있다. 하지만 인류에게 유례없는 피해만 끼친 것이 아닐 것이다. 왜 바이러스 감염병이 발생하게 됐고 , 또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지, 그리고 인류는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가장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제공해 주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의 과제로 떠오른 양극화 문제 해법 모색의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이라면 큰 소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이 그것이다. 세상사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 이기수 논설 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