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의 시간

박간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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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머리는 풍성한데 뒤쪽은 매끈한 대머리다. 등에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고 두 발목에도 날렵한 날개가 붙어 있다.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었다. 앞에서 다가올 땐 누구나 쉽게 머리카락을 움켜쥘 수 있지만,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어 바람처럼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와 행운의 신’ 카이로스 얘기다.

 고대 그리스어(헬라어)에는 시간과 때를 나타내는 말이 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크로노스는 과거-현재-미래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흘러가는 ‘세월’로 객관적·정량적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인간의 목적의식이 개입된 주관적·정성적 시간이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 적절한 때, 결정적 순간, 기회라는 뜻이다. ‘카이로스’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질 수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가 했더니 또다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손 쓸새도 없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다행히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늘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준다.

 광주시는 1일 “대구 경증 확진자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시립제2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겠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없도록 확진자 수송 과정에서 완벽함을 도모하고 가족은 동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도 2·28 민주운동 60주년인 지난 달 28일 공익 기금 400만 원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전달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이럴때 일수록 코로나19를 퍼트린 당사자들을 조롱, 비난하는 행위는 삼가야 하며 아픔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방심도 위험하지만 지나친 공포와 혐오 역시 안된다. 코로나19가 퇴치되는 날 성숙해진 국민성은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방역이 잘 마무리된다면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길이 남을 것임은 물론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왔다. 박간재 경제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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