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매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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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줄서기가 이처럼 애처로울 수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에 이마트가 마스크를 긴급 공급키로한 지난 24일 오전 대구지역 이마트 점포마다 마스크 구매를 하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룬 모습을 보고 든 느낌이었다. 줄은 수백 미터에 이르렀고 비까지 내려 우산을 받친 사람도 보였다. 1인당 30장으로 판매를 제한하자 가족·친지까지 마스크 구매에 동원됐고, 결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몰리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줄을 선 것이다.

이날 줄서기 행렬은 2020년을 기억하는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줄서기와는 성격이 다른 ‘신종’이어서다. 우리는 그간 코레일 명절 열차표 현장 예매, 백화점 특별 사은품 한정 증정 , 인기 가수 공연 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에 익숙하다. 이때의 줄서기는 고향 방문 ,한정품 얻기, 좋아하는 가수 즐기기라는 희망과 설렘이 깃든 즐거움이 대기하고 있어 기다리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한다. 하지만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스크를 손에 넣기 위해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에 노출되면서까지 줄을 선 시민들 상당수가 비통함마저 맛보았을 것이다. 가진자들은 아무리 마스크 가격이 뛰더라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날 다중이 많이 몰리는 대형유통업체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서민들의 고행의 행렬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마스크 공급 방식은 극히 위험천만한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지자체 방역당국이 이를 챙겨보지 못한 것 또한 시행착오 중 하나다. 유통업체 물량을 지자체가 확보해 각 동사무소를 통해 분산·공급하는 편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전에 정부 잘못도 크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할때부터 마스크 국내 수요 급증이 예상됐는데도 손놓고 있다가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부랴부랴 수출 물량 내수 전환과 같은 수급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7일부터 약국과 우체국을 통해 1인 5매 한정 구입 조건으로 마스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대책마저도 빈틈이 많아 보인다.

이번 마스크 구매 줄서기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비상사태 발생시 국가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분배의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