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장기화… 맞벌이부부는 어찌하리오

개학연기에 긴급돌봄 등 대책에도 “현실성 없다” 비판
휴직 강제성도 필요… 영세업자 지원 대책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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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임시 휴원 기간을 연장키로 한 가운데 26일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출입문에는 휴원 기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광주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임시 휴원 기간을 연장키로 한 가운데 26일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출입문에는 휴원 기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이번 주는 그런대로 친정·시댁 부모님들이 번갈아 봐주셨지만 당장 다음 주는 어떡하나요, 회사는 사정상 휴가가 어렵다고 하는데 직장을 관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막막하기만 하네요.”

초등학교 2학년 첫째와 5살 둘째를 키우는 맞벌이부부 김모(38)씨가 한숨을 내쉰다. 코로나19 여파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자녀 돌봄 공백이 길어진 탓이다. 지금껏 부모의 손을 빌려왔지만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김씨처럼 자녀돌봄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최대 10일간 무급휴가를 활용하도록 하는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방안으로 내놨지만, 중소기업을 다니는 김씨 부부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설상가상 유치원과 학교 개학까지 내달 9일로 연기됐다.

●긴급돌봄 실효성 있나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모와 형제, 친척까지 동원해 아이를 맡겨왔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다.

교육청이 보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 돌봄을 도입했다지만, 일선 학교에서 집단 돌봄을 꺼리는 데다 학부모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강모(39)씨는 학교에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이내 어렵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광주에서 초등학교 교사 확진자가 발생하자 학교에서 집단 교육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씨는 “학교 측에서 어렵다며 긴급 돌봄 신청을 철회해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혹시라도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결국 신청 철회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과 학교별로 긴급 돌봄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공문으로 요청했다”면서도 “학교나 유치원에서 긴급 돌봄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긴급 돌봄 대책이 미덥잖은 것은 학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특성상 집단돌봄으로 인한 전염 위험이 높은 탓이다. 광주지역 맘카페에서는 긴급 돌봄 서비스 보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연유다.

이들은 “돌봄교실에 아이나 학생이 몰리면 감염 우려는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며 “부모 중 한 사람이 의무적으로 휴가를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가족돌봄도 현실성 없어

정부에서는 ‘가족돌봄휴가제’ 적극 활용도 권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학부모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자녀들의 돌봄이 필요한 노동자가 연차휴가와 최대 10일의 무급 휴가를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이지만, 권장 사항에 불과해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한 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이미 올해 연차를 모두 소진한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서모(38)씨는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한정없이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무급이라도 좋으니 한 달만이라도 맘 편히 내 아이 곁을 지켜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일정 부분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남고용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돌봄휴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휴직을 강제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며 “사업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일정부분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